소풍가기 전날의 설레임은 지루하도록 시간을 붙잡아 두었습니다. 그랬던 소풍을 한번가고 두번가고 이제는 몇번의 소풍을 다녀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정도로 많은 소풍들을 다녀왔습니다. 참으로 빨리도 시간은 흘러갔지만, 소풍가기 전날의 그 긴 시간들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이토록 묘한 시간들이 흘러갔고, 이제는 내 아이들이 소풍을 여러번 다녀오고 있습니다. 내 아이들도 소풍을 다녀올때 마다 그 기다림이 어릴적의 나처럼 그토록 길게 느껴질까요. 김밥하면 소풍 얘기가 빠질 수가 없는거죠. 어릴적 소풍과 함께한 추억중에 9할은 김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그 시절에는 김밥과 사이다가 소풍에서의 최대 별미였으니까요. 소풍가는날 아침에 김밥 만드는 엄마 옆에서 김밥 재료들 하나둘씩 주어먹고, 김밥 꽁다리 낼..
시작이 반이라고 하더니만,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 항암치료가 벌써 반환점을 돌았다. 8번의 항암치료 중에서 벌써 네번째의 항암치료를 받았으니 이제 남겨진 숫자는 "4". 그리고 반환점을 돌기 전에 PET CT를 찍어서 중간 점검도 받았다. 그리고 난 감사함에 눈물로 기도를 드렸다. *모니터 화면에는 두장의 흑백 사진이 나란히 출력되고 있었다. 오른쪽의 흑백 사진은 내 몸속에 자리잡은 암의 존재를 확인케 해주었던 사진이고, 왼쪽의 흑백 사진은 이번에 새롭게 찍은 사진이였다. 의사님은 나에게 그 두장의 흑백 사진을 보여주며 차분한 어조로 설명해 주었다. 그는 내가 이 병원에 처음 왔을때와 완벽하게 동일한 음색이였고, 차분한 어조 또한 그때와 완벽하게 동일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듣고 있는 나의 심정은 완..
어쩌다보니 지난번 초간단 조기조림에 이어서 또다시 초간단 요리를 포스팅합니다. 아무래도 전 요리하는 아빠니까요. 그러니 초간단 요리를 포스팅 하는게 왠지 어울리지 않나요? ㅎㅎ 그리고 저는 아빠들이 집에서 정말 간단히 할 수 있는 요리들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소개할 요리는 쫄면골뱅이 입니다. 그리고 이건, 마트에가면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양념까지 들어있는 시판쫄면을 사용해서 정말 간단하게 만드는 골뱅이 무침이랍니다. 양념은 시판쫄면에 들어있으니 오이와 깻잎 그리고 대파 정도만 준비하면 엄청 간단하게 골뱅이 무침을 만들 수 있답니다. 그리고 물론 술안주로도 일품이고, 쫄면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끼식사로도 매우 훌륭하답니다. 초등학생인 우리집 큰아들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쫄면골뱅이 ..
은 같은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절제와 욕심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다가 문득, 나는 대부분은 욕심보다는 절제를 택하고 있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런 계획없이 찾아간 마트에서 계획에도 없던 물건들로 카트를 하나가득 채우는 모습이 항상 불만 스러웠던 것도, 나의 낡은 코트에 대해서는 그토록 관대했던 것도, 아이티노동을 업으로 하면서도 원시인 소리를 듣기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것들이 욕심보다는 절제를 택하고자 했던 나의 익숙한 모습들이다. 그러나 지금 깨달은 사실은 그렇게 욕심을 절재할 때마다 나는 내가 그토록 원했던 행복들을 스스로 멀리 던져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소소한 행복들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다는 아주 작아 보이지만 무척이나 커다란 소망이 생겼다. 이를테면, ..
안녕하세요. 돌아온 요리하는 아빠 입니다. ㅋㅋ요즘 몸 관리에 유난히 신경쓰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투병중이니까요 ㅎㅎ.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생성도 구이보다는 조림이 더 땡기게 되더군요. 아무래도 구울때 나오는 기름기가 약간 부담 스럽기도 하고, 이상하게 매콤한 맛이 더 땡기기도 하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먹고 싶을땐 먹어줘야 하는거죠. ㅎㅎ 살이 통통한 조기를 그것도 큼지막한 걸로 두마리 씩이나 냉장고에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오 득탬이야. 널 맛있는 조림으로 냠냠 해줄테다. 했더랍니다.ㅋㅋㅋㅋ 짜잔~ 맛깔 스럽고 매콤하게 조려진 조기 조림입니다.그러나 역시 사진 비쥬얼은 ㅋㅋ 저희집이 전라도인지라, 국물을 조금더 자작하게 하려고 했는데 국물이 다 졸아버렸네요 ㅠ. 하지만 오히려 국물이 없게 ..
아들아, 살다보면 불가능한 일이 생기거나 포기해야 할 일이 생기기 마련이란다. 그럴때면, 그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렴. 그리고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하렴. 늑대가 한 마리 있었단다. 그 늑대는 아무리 높이 뛰어도 닫지 않는 포도를 발견했지.그래도 포도가 너무나 먹고 싶은 늑대는 한참을 뛰고 또 뛰었단다.하지만 결코 포도를 따 먹을수가 없었지.그래서 늑대는 생각했단다.저 포도는 달콤한 포도가 아니라 신맛이 나고 떫기까지한 맛 없는 포도라고그러니 차라리 저 포도가 높이 있는게 다행이라고 말이다.그리고는 다른 포도를 찾아 뒤돌아 섰단다. 늑대는 그렇게 맛없는 포도라며 자기 자신을 합리화 한거지. 그렇다면, 늑대는 포도를 포기했으니 잘 못한 일이 아닐까? 물론, 시도와 노력을 하지 않고 포기했다면 잘 못한 일..
그때 혼자서만 술을 마시게 만들고, 밤늦게 들여보낸 이후로 아직까지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구나. 그 이후로 벌써 이만큼이나 시간이 흘렀고, 우리는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이만큼 살아왔겠지. 내 안부를 먼저 전하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너도 알고 있듯이 나의 안부라는게 전할 수 있을만큼 그렇게 안녕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내 안부는 잠시 뒤로 미루어야겠다. 내 안부가 어느정도 안녕해 질때까지 말이다. 어때. 이정도는 당연히 이해할테지? 어떻게 잘 지내고 있었느냐. 신통치 않다며 다소 나직하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던 너의 그 일들은 그 이후에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구나. 이렇게 궁금한 마음들이 생기는 것을보니 너의 그 삶의 무게가 이만큼 크게 느껴졌는가 보다. 근심가득한 표정으로 말하던 재수씨(이런..
세번째 항암치료를 받았고 그로부터 10일이 지났다. 그리고 난 또다시 투병일기를 쓰고 있다. 한동안 투병일기를 쓰는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난 여전히 림프종을 이겨내리라는 투철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으며, 그것과 완벽히 동일한 의미를 부여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림프종을 이겨내기 위해서 엄청나게 대단한 노력을 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 몸을 의사님께 온전히 맞기고 있을뿐이다. 내 몸에서 피어나고 있는 아름다운 그 무엇 때문에 설레여 하지만, 그것으로부터 오는 이상한 반응들로 인해 두려워하며 안절부절 못하다가, 의사님의 한마디 한마디를 듣고서야 천상을 날아 오르듯 붕 떠오르기도 하고, 하염없는 나락으로 곤두박질 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난, 나를 절대적으로 위하고 ..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5살 이전의 시절을 제외하고, 어느 시절이 가장 즐거웠을까를 가만히 생각해봤다. 꼬꼬마시절을 포함시키더라도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정한다는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마치 좋아하는 동물을 딱 하나만 고르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뭐냐는 질문에 머릿속이 하얗게 되버린 경험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좋아하는 것을 한가지만 고르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어려움을 겪는다는 정도다. 좋아하는 동물을 고르는 것은 어렵다. 사슴도 좋고, 여우도 좋고, 기린도 좋다. 동물원에 가서는 호랑이를 한참 동안 바라보게 되는 것을 봐서는 분명히 호랑이도 좋아한다. 그런데 뭐랄까. 그중에 하나만 고르는건 못하겠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
언젠가 얘기했었지. 내가 살아온 삶이란 것이 달려가다 꺽이고 또다시 달려가다 꺽이고 그렇게 꺽이기만 한 삶이라고. 그러다가 적당히 타협하고 순응하면서 적당히 물들어가다가 현실에 안착했지. 그렇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끌려가다가 그것이 내 길이라고 스스로 정당화 시켰어.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내 모습을 기억하니? 그저 꿈에서 그쳐버렸던 그것들을 떠올리거나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 할 때마다 마치 그 꿈들을 모두 이룬양 들뜬 기분에 사로잡혀서 두둥실 떠오르곤 했잖아. 그런데, 언제나 그랬듯이 이렇게 현실에 안주하면서 살아가고 있어.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또 하나의 꿈을 접어야만 했어. 그런데 말이야, 꿈들을 접는 것이 일반화 되어 버린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물론 아니겠지.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루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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