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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같은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절제와 욕심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다가 문득, 나는 대부분은 욕심보다는 절제를 택하고 있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런 계획없이 찾아간 마트에서 계획에도 없던 물건들로 카트를 하나가득 채우는 모습이 항상 불만 스러웠던 것도, 나의 낡은 코트에 대해서는 그토록 관대했던 것도, 아이티노동을 업으로 하면서도 원시인 소리를 듣기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것들이 욕심보다는 절제를 택하고자 했던 나의 익숙한 모습들이다. 그러나 지금 깨달은 사실은 그렇게 욕심을 절재할 때마다 나는 내가 그토록 원했던 행복들을 스스로 멀리 던져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소소한 행복들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다는 아주 작아 보이지만 무척이나 커다란 소망이 생겼다. 이를테면, 앞치마를 사면서 이걸로 몇 번이나 요리하겠어? 그러니 나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지. 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한 밥상에서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이 맛있게 밥먹고, 게다가 상의 앞자락도 적시지 않을꺼라는 행복한 상상을 하고 싶다. 그렇다면, 계획도 없이 마트에서 사들인 앞치마로 인해 난 소소한 행복을 충분히 만끽하겠지. 또 한가지 더 이를테면, 장농속에 있는 낡고 오래된 코트를 버리고, 아이들 엄마가 사주겠다고 한 점퍼로 장농속을 채워둔다면,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외식을 멋진 점퍼가 더 훌륭한 외식으로 만들어 줄테지. 그렇다면, 나에게 점퍼를 사준 아이엄마도 흐믓한 미소를 지어줄테고, 그 미소로 인해 나는 소소한 행복을 충분히 만끽하겠지. 그렇듯 소소한 행복들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어졌다.


어려서부터 절약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필요이상으로 과하게 교육을 받아왔다. 그 시절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그러했지만, 나의 아버지는 그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를 넘어서는 절대적인 절약을 실천해 오신 분이시다. 아버지의 투철했던 절약 정신과 관련된 그 수많았던 에피소드를 나열하자면 정말 한도끝도 없는 이야기들이 쏟아질테지만, 아버지는 그 흔한 음료수 한번 사드신적이 없었던 분이시다. 남들이 뭔가를 사주면 나도 뭔가를 사줘야 하기 때문에 그 뭔가를 애초에 받으시지 않으셨던 분이시다. 덕분에 그 어려웠던 시절을 넘어섰고 어느정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난 그러한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절약은 당연한 거라고 여기며 자라왔다. 물론, 사회에 나오기 전까지의 얘기이고, 어느정도 자리가 잡힌 이후의 아버지는 예전처럼 그렇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절약을 실천하고 계시지는 않는다.


그렇게 나에게는, 어려서 부터 배웠던 절약이 절제라는 것으로 변형되어서 마음속 깊은 곳으로 잠재해 버렸던 것이라고 여겨진다. 무언가 나에게 필요한 물질들이 있고 그로인해 금전적인 지출이 발생된다면, 그 필요성은 뒤로 미뤄둔채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절제라는 잠재의식이 나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만들었던 것이리라. 그렇게 난 욕심과 억제사이에서 늘 갈팡질팡 해왔고, 그로인해 나의 소소한 행복들을 점점 느낄 수 없게 되었던 것이리라.


이런 것들이 지금에와서 후회스럽다고 여겨지는 것은, 내 가족과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일고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시대에서는 돈을 얘기하지 않고서 행복을 얘기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일테고 그러자면 절약을 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한 얘기이므로 이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논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난 엄청난 능력으로 돈을 긁어 모으지도 못하므로.... 하지만, 돈이란 것은 있다가도 없는 것일 뿐더러,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그런 돈들을 절약한다고 해서 얼마나 큰 부귀영화를 누리겠느냐 라는 생각이다. 물론, 과소비에 대해서는 충분히 경계를 해야 하겠지, 이를테면, 부서 전체 회식에서 내가 턱하니 돈을 지불하는 것과 같은....


그러므로 나는, 절제와 욕심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그렇게 된다면 그 갈팡질팡의 정답은 항상 한 곳에 있는 것이니까. 그러니 이제 골뱅이 캔 한통의 가격이 이만큼 비싼데 이걸 사야하는거야? 라면서 고민할 일도 없겠지.


골뱅이 캔을 집어들고서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깜짝 놀랐다가, 이 골뱅이 요리를 맛있게 먹을 가족들의 행복한 얼굴을 떠올렸을때 문득 들었던 생각...



골뱅이 캔에 얽힌, 엉터리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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