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11월... 평생토록 들어본적 조차 없었던 림프종과의 첫 만남이 있었고, 그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었다. 림프종이란 거대한 산에 압도 당했었고, 내 생명을 쥔채 흔들어 대고 있는 의사님 앞에서 생쥐마냥 꼬리를 감추기만 했었다. 끝이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항암치료의 시작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실감하며 바들바들 떨었었다. 림프종을 받아들이고 본격적인 투병생활을 시작했음에도, 정말 생생한 꿈을 꾸었다며 커다란 기지개를 키면서 꿈에서 깨어나길 간절히 바랬었다. 어디 그 뿐만이랴,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겨둔채 이 세상에서 사라질까 두려워 몸서리 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만 바라보고 의지하는 내 가족들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이불을 깊게 뒤집어 쓴채 홀로 눈물을 닦아야..
고용량 항암제가 내 몸속에 들어와서 나를 깨끗하게 만들고 있는가보다. 얼마나 깨끗하게 만들려고, 술이 떡이 되도록 먹어도 잘 하지 않던 토약질을 계속하게 만드는 것인지. 얼마나 깨끗하게 만들려고, 뱃속에 남아있는 아주 작은 것까지 다 쥐어짜도록 설사를 계속하게 만드는지. 내 몸속 어딘가에 있을 암세포들도 이 토약질과 설사속에 섞여 나갈려나... 그렇게 생각하면 이 울렁거링도 이 부글거림도 견딜만 하다. 그렇게 내 몸속은 깨끗해져가고 있다. 이렇게 계속 깨끗해지다가 어느순간 또 다른 나로 태어나 있겠지. 그런 의미에서, 조혈모세포이식을 끝마치고 퇴원하는 그날을 제2의 생일로 기념해야겠다. 후후 고용량항암중에 류현진 경기를 응원해요. 의사샘의 말에 의하면, 조혈모세포를 이식하기 위함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 ..
두발이가 본연의 임무대로 충실히 애써준 덕분에 나의 조혈모세포는 제대로 모아졌으며, 어딘가의 차가운 냉동실에 잘 보관되었다. 그리고 난 냉동처리된 차가운 조혈모세포를 받아들이기 위해 이식실의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조혈모세포를 채취하고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실 이라고도 부르고 무균실이라고도 부르는 이곳에서, 노트북을 두들길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아니 이것은 어쩌면 하나의 축복. 바로 눈앞에 있는 저 문을 열고 나갈 수도 없는 처지에 노트북마저 없다는건 생각하기도 싫으니 말이다. 비닐 커튼을 지나, 저 문밖으로 나가고 싶다. 비닐 커튼의 역할은 병균의 차단이겠지. 그러나 이 비닐커튼은 세상으로부터 나를 차단시켰다. 한동안은 한발짝도 나갈 수 없는 굳게 닫힌 저 병실문은, 세상으로 향하는 유..
마지막이기를 간절히 바랬던 6차 항암치료를 끝내고 의사님과 마주했다. 그리고 난 감사함으로 충만한 가슴을 안고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결정했다. *6차 항암치료가 끝나고 의사님과 마주했다. 그는 여전히 권의적이였으며 나는 여전히 새침했다. 지난 만남에서, 그는 6차 항암치료를 끝내고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진행해도 괜찮겠다고 했었다. 예정했던 7차와 8차 항암치료는 안해도 될 것 같다고 했었다. 그것은 나에게 커다란 희망이였고, 6차 항암치료를 더욱 잘 견디게 해준 원동력이였다. 그랬던 그가 말을 바꿨다. 7차 항암주사를 하고나서 골수검사를 하자고 하더라. 골수의 상태가 깨끗한 것으로 판명되야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할 수 있는 승낙를 받을 수 있다나... 그리고 나는 병기가 높았기 때문에 좀더 확실한 ..
케모포트에 이어 히크만 카테터에게도 내 오른쪽 가슴을 점령당했다. 케모포트는 몸속에 숨어 버려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히크만 카테터 자네는 잘 생기지도 않은 두발을 당당하게 내밀고 있으니 종종 인사라도 할 수 있구나. 그래서일까. 왠지 케모포트보다는 좀 더 정답게 느껴진달까. 그런 의미에서 너에게는 특별히 별명을 지어주련다. "두발이"라고... 내 친구 두발이 두발아, 케모포트 때와 마찬가지로 네가 내 몸속으로 들어올때의 그 끔찍한 기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한동안 내 몸에 머물 것이고,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모든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줄테니 너는 나에게 매우 고마운 존재라 여긴다. 그러니 케모포트와 마찬가지로 히크만 카테터 자네도 나의 소중한 친구로 인정해 주련다. 두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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