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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량 항암제가 내 몸속에 들어와서 나를 깨끗하게 만들고 있는가보다.


얼마나 깨끗하게 만들려고, 술이 떡이 되도록 먹어도 잘 하지 않던 토약질을 계속하게 만드는 것인지.


얼마나 깨끗하게 만들려고, 뱃속에 남아있는 아주 작은 것까지 다 쥐어짜도록 설사를 계속하게 만드는지.


내 몸속 어딘가에 있을 암세포들도 이 토약질과 설사속에 섞여 나갈려나... 


그렇게 생각하면 이 울렁거링도 이 부글거림도 견딜만 하다. 


그렇게 내 몸속은 깨끗해져가고 있다. 이렇게 계속 깨끗해지다가 어느순간 또 다른 나로 태어나 있겠지.


그런 의미에서, 조혈모세포이식을 끝마치고 퇴원하는 그날을 제2의 생일로 기념해야겠다. 후후



고용량항암중에 류현진 경기를 응원해요.



의사샘의 말에 의하면, 조혈모세포를 이식하기 위함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 고용량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했다. 읭? 이건 무슨 말? 대부분은 조혈모세포이식 자체를 목적으로 하겠지만, 나와 같은 경우에는 고용량 항암제를 투여하는게 목적이란다. 그리고 고용량 항암제를 투여했을때 조혈모세포가 모두 망가지기 때문에 조혈모세포를 미리 채취해두었다가 이식을 하는... 즉, 자가조혈모세포 이식를 하는 거란다.


오호 그렇구만!! 그런데 고용량 항암제는 왜 투여하는데??... 에 대한 대답도 의사샘이 친절하게 미리 해주셨다. 지금 이런저런 검사를 해도 안나타나는 암세포가 내 몸 어딘가에 남아 있을 수 있단다. 그리고 이러한 보이지 않는 암세포들로 인해서 재발을 하게 된다는군.... 그러므로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암세포들까지 싸.그.리 말살시키는 것이 이 고용량 항암제의 역할이란다. 그런데, 암세포 뿐만 아니라 조혈모세포를 포함한 다른 세포들까지 싸.그.리 말살시킨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항암제가 나셨다.  


그러니까. 나처럼 병기가 높아서 몸속 이곳저곳에 마구마구 암세포가 퍼져나갔던 사람들한테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거지... 에휴. 그리고 고용량은 역시 고용량인지라 이 항암제는 사람을 정.말.로 힘들게했다. 기존에 맞았던 항암제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말이다.


조혈모세포 이식? 의사샘도 별거 아니니까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다.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방지약을 투여한다고 했다, 그러니 큰 어려움없이 이식은 끝난다고 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경험해보니 정말로 별거 아니였다. 후후




이식 받는중... 마눌님께서 찍어주신 사진


이식과정에서 약간 역거운 냄새가 입안에 가득했는데, 그때문에 살짝 울렁거림이 있었다. 뭐 토할 정도까지는 아니였다. 그 냄새를 가만 생각해보니... 매생이국 에다가 토마토 캐첩을 말아서 먹는 듯한 느낌이랄까. 굉장히 독특한 냄새였기 때문에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언젠가는 매생이 국과 토마토 캐첩의 조합을 실험해 봐야겠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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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나는 고용량 항암제도 다 맞았고, 모아두었던 조혈모세포도 이식 받았다.


이제 고용량 항암제로 인해 조혈모세포가 다 사라졌을테니... 지금 이식한 조혈모세포들이 제자리를 잘 찾아서 (착상?) 제 기능을 잘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 과정이 끝나기 까지 내 몸에는 백혈구도, 호중구도, 혈소판도 다 바닦나 있을테고, 그 기간동안 나는 특.별.관리를 받게될테다. 그동안에 설사도 더 심해지고, 구토도 더 심해지고, 입과 항문이 헐고, 위통이 심해지는 정도의 증상은 기본적으로 생긴다고 하더라. 하지만, 열이 나지만 않는 상태로 잘 견디면 2주정도(?)가 지나면 좋아질꺼라고 했으니... 뭐 잘 견뎌봐야지 으하하


그런데 벌써 꼬박 5일째 암것도 못 먹고 굶고 있는데... 배가 전혀 고프질 않다니!!! 

그리고 몸무게는 3키로나 빠졌것만... 얼굴 혈색은 더 좋아 보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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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삼아서 제2의 생일 어쩌구 했는데, 또 막상 말을 뱉어놓고 보니 어째 그럴싸하다. 생일 하나가 더 생긴다는게 왠지 설레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 몸속에 있는 암세포는 완.전.히 박멸시켰다는 중요한 기념이 된다는 거잖아? 그리고 내 몸속에 있는 세포들의 엄마(?)격이라고 하는 조혈모세포가 다시 자리를 잡은 것이니까.... 먼가 새로 태어난 듯한 느낌도 들고? 그러니 정말 제2의 생일로 매년 기념해 볼까 싶기도 하다. 하긴 이런건 마눌님께서 챙겨주셔야 말이지 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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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았고, 나의 투병기에는 또 한번의 큰 물결이 일었다. 과히 진격의 투병기라 할말하다. 12월부터 시작한 투병기가 벌써 6개월을 넘어섰다. 그 동안 난 울었으며, 웃었지만, 또 울었다. 그 와중에도 감사함으로 기도했고, 그러는사이 사랑이 더욱 커져갔다. 언젠가의 투병기에서 감사함으로 남게될 림프종을 상상했었지. 그리고 지금은 그러한 상상이 점점 현실화 되어가고 있음을 몸으로 느껴가고 있다. 그렇게 림프종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할 그날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다.


언제까지 잊지 못할 사랑을 전해준 모든 이들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2014.06.13. 자가조혈모세포 이식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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