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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이가 본연의 임무대로 충실히 애써준 덕분에 나의 조혈모세포는 제대로 모아졌으며, 어딘가의 차가운 냉동실에 잘 보관되었다. 그리고 난 냉동처리된 차가운 조혈모세포를 받아들이기 위해 이식실의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조혈모세포를 채취하고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실 이라고도 부르고 무균실이라고도 부르는 이곳에서, 노트북을 두들길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아니 이것은 어쩌면 하나의 축복. 바로 눈앞에 있는 저 문을 열고 나갈 수도 없는 처지에 노트북마저 없다는건 생각하기도 싫으니 말이다.
비닐 커튼을 지나, 저 문밖으로 나가고 싶다.
비닐 커튼의 역할은 병균의 차단이겠지. 그러나 이 비닐커튼은 세상으로부터 나를 차단시켰다. 한동안은 한발짝도 나갈 수 없는 굳게 닫힌 저 병실문은, 세상으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다. 그러나 이러한 차단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실컷 할 수 있다는 것, TV를 맘껏 볼 수 있다는 것, 시도때도 없이 카톡은 울어댄다는 것이 함정이다. 어쩌면 난 아름다운 차단을 꿈꿨던 것일까. 이러한 차단에도 마음가짐이 내려앉지 않는 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이러한 마음가짐이 커다란 축복이라는 것. 그리고 이러한 축복은 나의 가족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을 고백한다.
친절한 일정표
이제 시작. 아직 이곳에서 식사를 해보지 않았고, 화장실을 가보지 않았으며, 잠을 자보지 않았으나 하나씩 적응을 하다보면 이곳을 탈출할 시간이 다가올테지. 내일이면 고용량 항암제가 몸속으로 들어올터이고, 일주일 후면 냉동한 조혈모세포가 다시 따뜻해질테고 내 몸은 암으로부터 점점 멀어질테다. 저 친절한 일정표가 나를 더 밝은 곳으로 안내해 줄꺼라 믿는다.
2014.06.05. 조혈모이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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