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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모포트에 이어 히크만 카테터에게도 내 오른쪽 가슴을 점령당했다. 


케모포트는 몸속에 숨어 버려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히크만 카테터 자네는 잘 생기지도 않은 두발을 당당하게 내밀고 있으니 종종 인사라도 할 수 있구나. 그래서일까. 왠지 케모포트보다는 좀 더 정답게 느껴진달까. 그런 의미에서 너에게는 특별히 별명을 지어주련다. "두발이"라고...


내 친구 두발이 


두발아, 케모포트 때와 마찬가지로 네가 내 몸속으로 들어올때의 그 끔찍한 기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한동안 내 몸에 머물 것이고,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모든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줄테니 너는 나에게 매우 고마운 존재라 여긴다. 그러니 케모포트와 마찬가지로 히크만 카테터 자네도 나의 소중한 친구로 인정해 주련다. 


두발아, 우리는...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헤어져야만 하는 슬픈 운명이구나.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라도 우정을 돈독히 다져보자. 내 너에게 줄 것은 뜨끈한 핏줄기 뿐이다. 그 핏줄기가 너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힘내주렴. 친구야. 


하지만 난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너 같은 친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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