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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항암치료를 받았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의사님이 주셨으니 그 희망이 희망으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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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항암치료의 예정일은 3월 31일 이였는데, 이번에도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나머지 일주일을 미뤄야만 했다. 코감기와 목감기와, 설사까지.... 한편으로는 많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항암치료를 강행하고 싶은마음도 있었으나, 의사님이 일주일 미루자고 단호히 얘기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연기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일주일이 연기된 4월 7일에 6차 항암치료를 받았다. 물론 그 일주일 동안 몸관리를 정말 철저히했다. 대추와 생각차를 열심히 마셨고, 물론 감기약도 열심히 먹었다. 감기에는 푸욱 쉬는게 최고의 명약이라고 했으니 낮에도 가급적 덜 움직이고 잠도 많이 잤다. 그 결과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진 상태로 6차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러는 동안 열심히 뒷바라지를 해주신 장모님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참 머라 말할 수 없을만큼 감사하다.


하루라도 빨리 완치가 되어서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에 일주일의 연기가 엄청나게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5차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감기때문에 힘들었던걸 떠올리면서 연기하길 잘한거야 라고 생각하고 있다. 감기가 걸린채로 항암치료를 받는건 미친짓 이란걸 절실하게 느꼈으니까... 


덕분에 이번의 항암치료는 상당히 수월하게 느껴지고 있다. 물론, 이 울렁거림은 절대로 적응할 수 없을테지만, 지난 5차 항암에 비교하면 정말 너무너무 수월하게 느껴지고 있다. 역으로 5차 항암때가 그만큼 많이 힘들었었던 거겠지. 여튼, 그토록 힘들었던 5차에 비하면 이정도 쯤이야 라면서 잘 견디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오늘은 6차 항암치료를 받은지 4일째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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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혈모세포 이식이 바로 골수 이식이다.


몰랐던 것은 조혈모세포 이식이 골수 이식이랑 같은 거였다는 사실이다. 골수 이식이란 말은 어려서 부터 흔하게 들었던 거라 그런가보다 했는데... 조혈모세포 이식은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지라 이게 머지? 라면서 궁금증 폭발 이였는데... 그게 바로 골수 이식이였다니... 살짝 충격이다. 그러니까 나한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골수 이식이란걸 받게 된다는 거구나. 라는 충격말이다. 물론 내 골수를 내가 이식받게 되는, 자가 이식이라고는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6차 항암치료를 마치고 팻씨티를 다시 찍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팻씨티 결과에 따라서, 남은 2번의 항암치료를 마저할지 아니면 항암치료는 여기까지만 하고 조혈모세포 이식을 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니 나에게는 이번 6차 항암치료가 마지막일 지도 모를 항암치료인 거다. 


이건 정말 커다란 희망. 


항암치료후 5일 동안 먹어야 하는, 이제는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노랗게 생긴 6알 또는 8알의 프레드니슬론도 더이상 안먹어도 되는구나 라는 희망, 주사치료실에서 매번 느끼는 최류탄을 마신것 같은 코매움을 더이상 느끼지 않아도 되는구나 라는 희망, 무엇보다 이 울렁거링을 더이상 느끼지 않아도 되는구나 라는 희망, 그리고 또 희망 더하기 희망...


그렇지만, 여기서 가장 큰 함정은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에서의 고용량 항암제는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나로써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산만 넘고 나면 이제는 정말 끝이라는 희망이 있으니 그 또한 견뎌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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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토종닭을 사오셨다. 잘 못먹는 내가 안쓰러웠기에 이런저런 것을 먹이고 싶은 그 심정은 십분 이해가 된다만, 저 토종닭을 삶는 냄새만으로 이 울렁거링이 극도로 심해지고 있다는걸 차마 말씀드리지 못하겠다. 그냥 아무것도 안먹고 지낼순 없는걸까. 아 그렇지... 약을 먹을려면 먼가를 먹어야 하는구나. 좌절. 그나저나 저 토종닭으로 만든 삼계탕을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속이 뒤집히고 있다. 어쩔수 없이 꾸역꾸역 먹어봐야지... 그래야 약을 먹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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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나를 엄청나게 힘들게 하던 변비가 이번에는 조금 덜하다. 변비가 전혀 없는건 아닌데, 뭐 이정도 쯤은 피식 웃어주고 쉽게 넘길 정도랄까? 어쨌거나 여러모로 많이 수월해진 6차 항암치료다. 설마 7차는 더 수월해 질려나? 그건 아닐꺼라 생각한다. 이건 이번에 컨디션 조절을 잘 한 덕분이겠지. 일주일 연기하길 잘 한거야. 끄덕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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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엄마 집으로 요양을 와있는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나의 빈자리가 전혀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나보다. 아빠를 전혀 찾지도 않는다는 말이 왜이리 서글픈지... 머 아이들은 아이들이니까 이런걸로 서운하지는 않다만 그래도 서글픈건 어쩔수 없군. 그렇다고 서운하다고 말할수도 없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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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야구 시즌이 시작됐다. 으아아아아 나의 엘지여~! 이번 시즌에도 부탁하자. 새로 영입한 죄수벨도 리오단도 그리고 이진영도 정성훈도 박용택도 무엇보다 엘지의 심장 이병규도 모두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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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의 투병생활도 후반전으로 접어들었다. 전반전의 성적이 아주 좋았으니, 후반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록하겠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마지막까지 잘 할 수 있을꺼야. 그리고 난 마지막에 활짝 웃고 있겠지.

항암치료를 더 받을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바로 받을지는 모르겟지만, 어떻게 진행되든 마지막 목표는 완치이므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으랏차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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