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을 받은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봄은 여름을 불러왔고, 폭염이라 말할 정도로 유난히 더웠던 여름도 이제는 물러가고 가을이 찾아왔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내 존재가 점점 뚜렷해 짐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 거대세포바이러스에도 감염되고 세발이도 떠나보내는 등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에 가장 큰 것은 역시 이식편대숙주반응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식을 받은 후 정확히 2개월 만에 숙주병이 나타났다. 그로부터 2개월을 숙주병과 싸우면서 나는 또 이만큼 성장했고, 이만큼 선명해졌다. 예상치 못한 시점에 발생한 이식편대숙주병 이식 후 2개월이 지났을 즈음 떨어진 체력을 위해 가벼운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자 했고, 가벼운 산행을 하고자 했다. 황룡산은 가볍게 오르기 좋았으며,..
강원도 고생에서의 가족여행 발자취 강원도 고성에서 다소 늦은 감이 있는 여름휴가를 즐기고 왔습니다. 사실 이번 여름휴가는 이런저런 이유로 계획에 없었는데,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컸던걸까요. 어느 순간 아니야 그래도 여름인데 아이들에게 바다는 꼭 보여줘야 하겠어! 라는 결심으로 급작스럽게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켄싱턴 리조트 그것도 오션뷰로 객실을 구했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겁니다. 그런데, 켄싱턴 리조트 사진을 하나도 안찍었다니.. 게다가 오션부 객실에서 바다 풍경을 한 번도 안찍었다니... 방에서 해 뜨는 걸 바라보면서도 사진 찍을 생각조차 안했다니... 이런 이런 예전의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간거니? 킹싱턴 리조트 ▲ 킹싱턴 리조트 로비에서 ▲ 뜻하지 않게 만난 보름달. ▲ 깔끔..
"이래봬도 내가 중심정맥관 3종 세트를 모두 섭렵한 사람이야" 라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다. 처음 세발이를 만났을때의 심정은 그랬다. 나는 중심정맥관을 3번 삽입했었다. 첫 번째로 삽입했던, 매립형인 케모포트는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내 몸속에 들어와서 많은 역할들을 수행한다고 하니 기특한 녀석이라고 칭찬을 아까지 않았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삽입했던 두발 달린 히크만 카테터는 잘 생기지도 않은 두발을 당당하게 내밀고 있었다. 덕분에 바늘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케모포트를 사용할 때처럼 바늘의 공포에서는 자유로웠다. 그래서 친근하게 "두발이"라는 별명도 지어주었지. 두발이 덕분에 나는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성공적으로 잘 받을 수 있었다. 참으로 고마운 녀석이였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로 삽입했던 세발..
면역력과 게으름의 상관관계 관심조차 없었던 '면역력'이라는 단어가 요즈음의 나를 지배하고 있다. 면역력 이라는 단어 뿐만 아니라 살면서 들어본적 조차 없던 '면역세포' 라던가, 'NK세포' 라던가, '활성산소' 등의 단어들이 이상하리 만큼 내 귓가에 많이 들려오고 있다. 사실 요즘 최대의 관심사가 바로 면역력이다. 대부분의 암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혈액암의 경우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을 면역력의 저하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 때문에, 이 면역력이라는 녀석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이 앞으로의 림프종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면역력에 대한 정보를 하나둘씩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 면역력이라는 녀석의 아주 큰 특징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귀차니즘' 이라고도 불리는 '..
이식을 받은지 정확히 50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의 주치의와 상의하여 이식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은 지난 12월 이였습니다. 이것이 저에게는 마지막 선택지였고, 지금 저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이 아이(저에게 찾아온 병을 저는 아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를 떠나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그 이후로 벌써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는 천국과 지옥을 수없이 오가며, 때로는 감사함으로 눈물을 흘렸고 때로는 분노와 두려움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공여자를 찾는 것은 해운대의 모래사장에서 잃어버린 금반지를 찾는 것과 같은 놀라운 확률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기에 공여자를 찾는 과정에서 겪었던 그 걱정들은 저의 심장을 콩알만한 크기로 만들기에 ..
지난 4월 21일 일면식이 없는 누군가로부터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고, 그로부터 46일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이제서야 이것이 림프종과 함께하는 기나긴 여행임을 깨닫고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림프종과 함께하는 여행. 13년 11월, 나는 림프종 4기를 진단받았다. 진단을 받은 그날보다 훨씬 이전부터 림프종과 함게 동고동락을 했으리라. 그렇게 긴 시간을 함께 지내오면서 림프종이라는 이 아이가 4기까지 자라 버렸을 테지. 그러니 림프종과 함께 여행을 시작한 것은 3년이 아니라 4년 혹은 5년이 넘었을지도 모른다. 조금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조금은 덜 힘들게 치료를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초기에 발견했더라면,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도 안 받았을지도 모르고, 다시 재발해서 동종 조혈모세포를 이식받는 ..
D+14, 입원 후 9일 만에 이식을 받았고, 이식 후 14일... 나는 이곳에서 2주라는 시간을 더 흘려보냈다. 지난 23일 동안 머물러 있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를 겪어야 했다. 지금 당장 그 변화가 몸으로 느껴지고 있진 않지만, 이 변화를 통해 림프종이라는 녀석을 더 이상 만나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심하지 않았던 부작용들.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을 당시에는 너무나 심했던 부작용들 때문에 엄청 고생을 많이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두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힘듦들을 잘 견뎌낸 자신이 그토록 대견스러웠다. 그렇게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은 더욱 힘들다는 말들을 이곳저곳에서 수차례 들었던 터라 정말 남다른 각오를 한채 이곳에 ..
드디어 오늘이 이식일이다. 이식받을 생각에 들떠서 였을까. 지난밤에 잠을 많이 설쳤다. 오늘 오후 5시 경부터 이식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 군 ㅎㅎ 그동안 세 종류의 항암제를 투여받았고, 전신방사선을 2회 받았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잘 견뎌낸 자신이 대견스럽다. 지금쯤 공여자분도 병원에 입원해 있을 테고, 조혈모세포를 체취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고 있을 테지. 이식이 성공적으로 끝나기까지 모든 과정들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길 바랄 뿐이다. 플루다라빈, 멜팔란, 에이티지 플루다라빈은 이거 항암제 맞아? 라고 할 정도로 부작용이 거의 없었다. 한가지 부작용이라고 한다면, 몸에 기력이 다소 딸리다는 느낌 정도랄까. 덕분에 잠은 잘 오더라. 그래서 시간..
이식일까지 D-4, 입원하고 벌써 다섯번의 밤을 보냈고 이곳 생활에도 어느 정도 적응한 느낌이다. 좌욕도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고, 가글도 열심히 하면서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가장 궁금했던 샤워도 했다. 저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샤워를 할 수 있을까 무척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오는 멸균식은 절대로 적응할 수가 없다. 우웨에엑 ㅠㅠ ▲ 저 발판이 샤워부스였어... 심지어 샤워용 의자도 있어 @@; 이제 4일 후면 내 몸 안에 있던 조혈모세포들은 다 사라지고, 새로운 조혈모세포가 채워질테다. 그리고 내 몸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A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그 자리를 O들이 서서히 자리를 잡겠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새삶이 아닌가. 혈액형이 바뀐다..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해 입원하고 2일이 지났다. 조혈모세포 이식실... 2년 전, 자기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해서 한 달 가까운 시간을 이곳에서 지내봤기 때문에 낯설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난 아직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밥 먹는 것도, 가글과 양치도, 좌욕도...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에 내가 열심히 해야 하는 것들은 이토록 간단한 것들인데, 그것들 조차 적응하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 나오는 멸균식이라는 이 식사는 정말 너무너무 맛이 없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어쩌면 이토록 맛이 없을까. 아직 치료를 시작하지도 않았음에도 역겨워서 먹기 힘들다고 느껴지는 것은, 지난 치료에서 느꼈던 오심에 대한 거부반응이 아닐까. 실제로 역겨운 것이 아니라 역겹다고 느껴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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