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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14, 입원 후 9일 만에 이식을 받았고, 이식 후 14일... 나는 이곳에서 2주라는 시간을 더 흘려보냈다. 지난 23일 동안 머물러 있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를 겪어야 했다. 지금 당장 그 변화가 몸으로 느껴지고 있진 않지만, 이 변화를 통해 림프종이라는 녀석을 더 이상 만나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심하지 않았던 부작용들.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을 당시에는 너무나 심했던 부작용들 때문에 엄청 고생을 많이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두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힘듦들을 잘 견뎌낸 자신이 그토록 대견스러웠다. 그렇게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은 더욱 힘들다는 말들을 이곳저곳에서 수차례 들었던 터라 정말 남다른 각오를 한채 이곳에 들어왔었다. 그런데... 어라? 이정도 부작용들은 그냥저냥 견딜만 한 것들인데? 머지? 왜이렇게 힘들지 않은거지? 갸우뚱...? 갸우뚱!? 물론 전혀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들었던 것들에 비하면 이건 뭐 그냥 껌 이랄까? 

 먼저, 울렁거림은 어느 정도 참을 만한 수준의 울렁거림이다. 물론 이 울렁거림 때문에 지금도 밥을 못 먹고 있고, 벌써 끼니를 거른지 17일째가 되었다. 울렁거림이 다른 때보다 길게 이어지고는 있지만, 입으로 음식만 집어넣지 않는 이상은 그냥 견딜만한 수준이다. 가장 많이 힘들어 한다는 구강과 항문도 나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입속이 아주 약간 헐었다가 금방 아물었고, 항문도 아주 조금의 통증을 느꼈던 정도였는데 그것도 며칠 지속되지 않았었다. 설사도 하긴 했지만 심하지 않은 편이였다. 오히려 가장 나를 힘들게 한것은 느닷없는 두통 이였다. 한 10일 정도를 두통에 시달려야 했는데 진통제로도 별 효과가 없었다. 그렇지만 두통도 아주 심각하게 아팠던 것은 아니었으므로 전체적으로 나는 큰 부작용이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빠른 회복

 1주일은 빠르다고 한다. 회복 속도가 이토록 빠른 것은 정말 큰 축복이겠지. 그렇다고 비정상 적으로 빠른건 아니고, 일반적인 회복 속도에 비해서는 굉장히 빠른 편이라고 한다. 이식 10일차인 5월 1일부터 면역 세포들의 수치가 오르기 시작했는데, 한번 오르기 시작한 수치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정상 수치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호중구 수치가 20 이하로 내려간 적도 없었다. 그러니 덜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원래 체력이 좋았던 것일까? 아니다. 내 체력은 저질스러울 정도로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럼 빨리 회복할 수 있을거라는 긍정의 믿음 탓일까? 글쎄 어쩌면 그럴지도...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빠르게 회복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은 결코 변함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나는 너무나 감사히 여기며, 이 감사함을 가슴속에 깊이 새겨둘 것이다. 하나씩 꺼내어 그분들에게 보답할 것이므로.



생착, 숙주반응

 억제되었던 면역 수치들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식받은 조혈모세포들이 생착이 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음 주에는 골수검사를 해서 생착이 잘 되었는지 확인을 한다는군. 지난번 골수검사가 무척 힘이 들었기 때문에 살짝 걱정이 된다만은 그래도 빨리 검사를 해서 생착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고픈 심정이다. 그나저나 생착이 되면서부터 숙주 반응이 생긴다고 했는데... 아직까지는 숙주 반응이 전혀 생기지 않고 있다. 숙주 반응이 없으면 그만큼 편하게 생활하겠지만, 그래도 숙주 반응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오히려 좋은 거라고 하니 조금은 걱정이 된다. 이제 막 생착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너무 빠른 걱정인가? 



어린이날

 시우가 아빠를 찾으면서, 어린이날이기 때문에 아빠가 집에 꼭 와야 한다고 얘기했다더라. 그 얘기를 듣고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 일었다. 가족의 달인 5월 동안에 한 달 내내 집을 비워야 하는 가장이라니... 이토록 슬픈일이 또 어디 있으랴. 그리고 이번 달에는 시우의 생일도 포함되어 있으니 더더욱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가장이다. 다행인 것은 막내 녀석은 아빠를 잘 안 찾는 다는 것이다. 아 그런데 이걸 기뻐해야 하는 건가? 

 우리 가족은 오늘 나를 빼놓은 채 캠핑을 떠났다. 아빠 없는 캠핑이라... 함께하지 못 해서 미안한 마음뿐이지만, 그래도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 엄마가 너무 고생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캠핑장에서 애들 셋을 데리고 어찌 고생을 안 할 수가 있을까. 큰 아들이 엄마를 잘 도와주고 있기를 바랄 수밖에.


▲ 우리집 어린이들




 오늘 1인실에서 3인실로 이동했다. 빠르게 회복해서 1인실에서 나온 것은 좋기는 하지만, 3인실은 정말 불편하다. 그동안 1인실에서 편하게 있었으니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걸 테지. 이곳 3인실에서 2주 동안은 더 있어야 한다고 하니, 그 시간 동안 잘 견뎌보자. 이곳에 있으면서 차츰 식사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주에는 골수 검사도 해야하지만, 벌써 입원한지 3주가 넘게 흘렀으니 남은 2주도 빠르게 흘러가리라 믿는다. 이곳에서 탈출하는 그날까지 힘내는거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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