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면역력과 게으름의 상관관계
 관심조차 없었던 '면역력'이라는 단어가 요즈음의 나를 지배하고 있다. 면역력 이라는 단어 뿐만 아니라 살면서 들어본적 조차 없던 '면역세포' 라던가, 'NK세포' 라던가, '활성산소' 등의 단어들이 이상하리 만큼 내 귓가에  많이 들려오고 있다. 사실 요즘 최대의 관심사가 바로 면역력이다. 대부분의 암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혈액암의 경우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을 면역력의 저하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 때문에, 이 면역력이라는 녀석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이 앞으로의 림프종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면역력에 대한 정보를 하나둘씩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 면역력이라는 녀석의 아주 큰 특징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귀차니즘' 이라고도 불리는 '게으름' 이라는 녀석과 때려야 땔 수 없는 아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면역력을 지탱해 주기 위한 일련의 모든 활동들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부진 마음가짐을 통한 꾸준한 노력과 집중이 필요하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미 면역체계가 한번 무너졌던 사람이다. 그 말은 내가 살아왔던 방식이 올바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면역력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전략과 노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것들을 정리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의 정신력과 의지력으로 이 모든 것들을 꾸준히 실천하겠다고? 그것도 한두 달... 아니 일 이 년도 아닌 평생 동안??? 오마이갓! 지져스! 이것은 악몽이로구나. 



면역력을 위한 노력들


 어쨌거나 그 첫걸음은 지난 내 삶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물론 지금은 금주와 금연을 실천하고 있지만, 거의 폭주에 가까웠던 음주습관과 길었던 흡연 생활 (사실 이 두 가지가 내 면역체계를 무너뜨린 주범이리라...) 그리고 쉴 새 없이 이어졌던 과로와 스트레스 (이 두 가지도 엄청난 역할을 했겠지...) 나쁜 잠버릇, 스마트폰, 불규칙한 식생활과 운동습관들... 이렇게 무분별하게 살아왔던 지난 삶들을 반성해야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하지. 뭐. 내 생활습관들이 아주 많이 나빴던 건 아니니까. 그래도 어찌하랴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그리고 새로운 결심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다음으로는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가에 대한 결정들이 필요하겠지.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나에게 맞는 것들을 추려내고 그중에서 어떤 것들에 집중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자전거, 등산, 달리기 등등 운동의 종류도 엄청나게 많고, 건강식에도 너무 많은 종류들이 있고, 명상법도 다양하고, 웃음치료 라던가, 기체조 라던가, 뇌 훈련 이라던가, 하다못해 아주 사소한 생활습관들까지도... 좋다고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으니 이러한 정보의 홍수들 중에서 내 것을 찾아내는 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시행착오가 필요하겠으나 이런저런 시도들을 통해서 나만의 면역력 증강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들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정신력이겠지. 늘 긍정의 힘을 믿는다고는 하지만, 초긍정 마인드라고 하더라도 어느 일순간 무너져 내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만큼 면역력을 되살리기 위한 일련의 행동들, 그리고 생활 습관을 바꾼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잃어버린 면역력을 되찾기 위해서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내리라는 굳은 각오를 하고 있다. 이 각오는 나에 대한 약속이기에 앞서 나를 사랑하고 나를 바라보는 내 사람들을 향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면역력을 키우겠다는 이 사소한 결심이 K2 동벽을 바라보고 있을 클라이머의 그 각오와 같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러므로 내 정신력을 다잡아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굳은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나 혼자만의 각오와 노력으로는 결코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그만큼 더 힘들 테지. 나에게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 다른 의무를 소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육아라던가, 살림과 같은 의무들 말이다. 뿐만 아니라 나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식단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게다가 결심한 것들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도록,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끊임없는 채찍질을 해줄 조언자도 필요할 테다. 



면역력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
 이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면역력이라는 이 녀석을 위해 난 끝없는 노력을 해야 하고,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고, 많은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그것이 면역력이라는 이 아이가 이토록 밉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남은 생을 이 녀석에게 받쳐야 한다는 것이 유쾌하지 않은 이유다. 때문에 나는 결코 이 녀석에게 고운 시선을 보낼 수가 없다



면역력을 바라보는 긍정의 자세

 그렇지만, 난 림프종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이 면역력이라는 아이를 받아들이고 평생을 함께 하리라고 다짐한다. 이것은 단순히 좋고 싫음의 문제가 아닌 삶을 여기서 멈추느냐 계속 지속하느냐의 문제이므로 또 다른 선택지가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역설일 뿐... 난 이 모든 말들의 진실을 알고 있다. 난 그저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게 좋은 시선을 보낼 수 없는 면역력을 위해서 앞으로 내가 노력해야 할 수많은 것들로 인해, 내 삶은 더욱 윤택해질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사실 곱디고운 시선을 보내야 하는 게 정상이다. 단지 그 과정이 귀찮은 것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그걸 알아 달라는 어리광이 부리고 싶었던 거다. 오늘처럼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은 어리광을 부리기에 아주 적절하다 느낀다. 그리고 난 이 정도의 사소한 투정을 부리는 것이 지루한 병실 생활의 소소한 즐거움이라 여기며 엉덩이를 실룩거린다. 



덧붙이는 글

 지금 이 글을 보고 있을 림프종 환우와 가족분들께 다음의 TV 프로그램을 꼭 시청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케이블 TV에서 지난 방송 다시 보기를 하시거나, 주변의 인터넷 고수분들게 다운로드 해달라고 요청하시거나, 그것도 힘드시면 제가 보내 드릴 수도 있습니다. 

- 내 몸 사용 설명서 28편, 그라비올라 외

- 내 몸 사용 설명서 67편, 등뼈호흡, 캐피어 외

- 내 몸 사용 설명서 105편, 느릅나무차 외

- 천기누설 158편, 면역력을 높이는 뿌리채소

- 생로병사의 비밀 488편, 암... 생활을 바꿔야 산다

- 생로병사의 비밀 509편, 활성산소 외

- 생로병사의 비밀 511편, 면역력 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