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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봬도 내가 중심정맥관 3종 세트를 모두 섭렵한 사람이야" 라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다. 처음 세발이를 만났을때의 심정은 그랬다. 나는 중심정맥관을 3번 삽입했었다. 첫 번째로 삽입했던, 매립형인 케모포트는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내 몸속에 들어와서 많은 역할들을 수행한다고 하니 기특한 녀석이라고 칭찬을 아까지 않았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삽입했던 두발 달린 히크만 카테터는 잘 생기지도 않은 두발을 당당하게 내밀고 있었다. 덕분에 바늘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케모포트를 사용할 때처럼 바늘의 공포에서는 자유로웠다. 그래서 친근하게 "두발이"라는 별명도 지어주었지. 두발이 덕분에 나는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성공적으로 잘 받을 수 있었다. 참으로 고마운 녀석이였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로 삽입했던 세발 달린 히크만 카테터는 두발이보다도 더 귀찮게 세개의 다리를 달고 있었다. 뭐 두말할 것도 없이 "세발이"라는 친근한 별명을 지어주었다. 15년 12월 림프종이 재발하고 난 그렇게 세발이를 받아들여야 했다.
고마웠어 세발아, 이젠 안녕
케모포트도 두발이도 모두 똑같았겠지만, 세발이가 내 몸속에 들어올 때의 그 느낌 역시 너무나 끔찍했었다. 차가운 수술대에 누워서 세발이를 받아들이며 이번에도 잘 이겨내자며 각오에 각오를 했었다. 그렇게 세발이는 나와 함께 7개월을 함께하며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의 모든 과정을 함께 해주었다. 세발이가 본연의 역할을 잘 해준 덕분에 나는 이식을 성공적으로 잘 받았고, 지금 이렇게 잘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세발이는 나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였다. 그랬던 세발이를 얼마 전 떠나보냈다. 두발이를 떠나 보낼 때와 마찬가지로 세발이가 떠나갈 때의 그 속 시원함이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가슴한쪽에 덜렁거리며 달려 있던 녀석... 잠잘 때마다 옆구리 밑으로 기어들어가고, 샤워할 때마다 행여나 물에 다을까 오매불망했던 녀석이 사라지고 나니 그토록 좋을 수가 없었다.
내 친구 세발아.
아주 조금은 귀찮았던 너였지만 (특히 샤워할 때는 어찌나 귀찮았던지...)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세발이 네 덕분에 힘든 과정들을 잘 이겨냈구나.
하지만 우리 결코 다시는 만나지 말자. 안녕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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