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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해 입원하고 2일이 지났다. 조혈모세포 이식실... 2년 전, 자기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해서 한 달 가까운 시간을 이곳에서 지내봤기 때문에 낯설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난 아직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밥 먹는 것도, 가글과 양치도, 좌욕도...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에 내가 열심히 해야 하는 것들은 이토록 간단한 것들인데, 그것들 조차 적응하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 나오는 멸균식이라는 이 식사는 정말 너무너무 맛이 없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어쩌면 이토록 맛이 없을까. 아직 치료를 시작하지도 않았음에도 역겨워서 먹기 힘들다고 느껴지는 것은, 지난 치료에서 느꼈던 오심에 대한 거부반응이 아닐까. 실제로 역겨운 것이 아니라 역겹다고 느껴지는 심리적인 문제일지 모르겠다. 아직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식사가 무척이나 힘든 상태다. 5주간을 이곳에서 더 있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이지경이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한 일정표, 나의 이식일은 21일이다.


 이제 이식일까지 정확히 일주일이 남았다. 그동안 3가지의 항암제를 투여받고, 전신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내 몸속의 면역 세포들을 말살 시킨다고 한다. 오늘까지 두번 투여받은 플루다라빈은 부작용이 무척 가벼운 항암제여서 전혀 어려움 없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건 뭐 항암제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랄까. 하지만 며칠 후에 있을 멜팔란과 에이티지는 무척 힘든 항암제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전신방사선 치료도 부작용이 엄청 심하다고 하니, 아마 그때쯤이면 나는 사경을 헤매고 있겠지. 하지만, 의사 쌤의 말로는 4주차인 5월 1일 부터가 가장 힘든 시기라고 한다. 그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겠지? 아 그야 물론이지...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었으니 이제부터 이곳에 잘 적응해서 잘 이겨낼테다. 입이 헐지 않도록 가글과 양치를 열심히 할테고, 항문이 헐지 않도록 좌욕도 열심히 할테다. 입맛이 없어도 열심히 먹어서 충분한 영양소가 공급되도록 노력해야지. 그렇게 열심히 생활하다보면 이곳에서 탈출하는 날이 올거라 믿는다. 물론 건강한 몸으로.


 

▲ 저 창문을 사이로 면회가 가능하다. 대화는 전화로... 이건 무슨 감방도 아니고 ㅠㅠ


▲ 이 비닐 커텐과 저 출입문 밖으로 탈출할 그날이 빨리 오기를...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치료의 시작이다. 13년 12월부터 시작된 처절했던 림프종과의 긴 싸움이 이것으로 막을 내릴 것이라 믿는다. 이번 치료가 그 종착역이 되리라. 앞으로 5주의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지금까지의 투병생활을 떠올려보면 이 또한 금방 지나가리라. 그리고 나의 앞날이 환하게 펼쳐지겠지. 내가 사랑하는 내 가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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