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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항암 DHAP

 림프종이 재발함을 확인한지 3개월이 흘렀고, 재발 후 세 번째 항암을 받기 위해 다시 입원했다. 이번 항암은 조금 더 수월하길 고대하지만 그럴 일은 결코 없겠지. R-CHOP보다 DHAP가 더 힘들다 느껴지는 것은 이미 겪었던 것과 지금 겪어야만 하는 것의 차이일까. 지나가 버린 고통은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지지만 지금 겪어야만 하는 고통은 뇌리에 남은채 두려움과 함께 나를 괴롭히고 있다. 아직 항암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입맛이 뚝 떨어진 것은 지난 항암에서 느꼈던 그 힘듦을 몸이 기억하고 있는 까닭일테지. 두 항암치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오심의 정도다. R-CHOP은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린 반면 DHAP는 머리카락이 덜 빠지고, 딸꾹질이나 오한, 변비, 위통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오심이다. 거의 1주일 이상 밥 한수저도 먹기 힘들 정도의 오심은 내 인내심의 한계를 느낄 정도다. 이토록 오심이 심한 DHAP는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지금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2주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기를....



세번째 골수 검사

 첫 번째 골수 검사를 마친 후에는 그럭저럭 참을만 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골수 검사를 마친 후에는 첫번째 보다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참을만 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 번째 골수 검사를 마친 후에는 지난 두번의 골수 검사가 수월하다 느꼈던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지난 두번의 검사에서는 이렇게까지 통증이 심하지 않았다. 입밖으로 세어나오는 신음소리를 주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뒤통수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은 더위로 인한 것이 분명 아니였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골수 검사를 시행하는 의사 선생님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세 번째 골수 검사에서는 다소 운이 없었던거다.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날짜가 4월 21일로 확정되었다. 가능한 최대한 빠른 시간으로 결정해준 공여자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감사한 마음을 한가득 담아 그분께 감사의 편지를 띄우려 한다. 어디에 사는 어떠한 사연을 품고 있는 분인지 전혀 알수 없으나, 지금의 나에게는 스승보다도 더 큰 은혜를 주신 분이다.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새 길을 열어주신 분이다. 이토록 큰 은혜에 대한 보답이 그저 감사의 편지 한통이라는 것이 못내 부끄럽다. 그리고 그것 말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쨌거나 이식 날짜는 잡혔고, 난 이것이 굉장히 운이 좋은 경우라면서 기뻐하고 있다. 어떤 분들은 몇 년 동안을 공여자를 못 찾아 고생하신다고 하니 말이다. 이번의 3차 항암을 잘 마치고, 약 2주간 쉬면서 재충전을 잘하고, 4월 13일에 이식실로 입원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식전 몇가지 검사들을 하고 이식 전처리를 할테지, 그리고 나는 또 다시 태어나기 위한 절차를 밟을 것이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이 들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짐작조차 할 수 없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난 분명히 그 과정을 잘 이겨내고 내 사람들 앞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감사함을 유지 하는 것...

 감사한 마음을 항상 유지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는 요즘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코 대단히 큰 사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하고 간단한 것들로 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그럼에도 나는 자꾸 나태해 지고 해이해 지면서 그렇게 결심한 일들을 하나씩 뒤로 미루어왔다. 그러한 나의 적극적이지 못한 성격 탓에 지금의 이 결과들이 만들어 진 것이므로 그 누구를 탓할 수도 없거니와 후회의 눈물 또한 흘려서도 안될테다.

 지난날 감사함에 흘렸던 눈물들이 어느곳으로 사라졌는지 알수없다. 그렇게 난 감사함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채 살아왔다. 감사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4 Rituals To Keep You Happy All The Time 이 글을 통해 많은 것들을 느낄수 있었다. We Learn Nothing: Essays 의 저자인 Tim은 죽었다 살아나는 경험을 통해 감사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얘기하고 있는데,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된다. 림프종이 재발 되기까지 내 삶들이 Tim의 그것과 매우 유사했기 때문이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은 바로 감사함을 유지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아 이제 슬슬 몽롱해지기 시작한다. 어제부터 맞기 시작한 DHAP가 힘을 발휘하는 모양이다. 경험상 이쯤부터 시작해서 대략 24시간 동안은 거의 혼수상태와 마찬가지가 되던데... 자. 힘을 내어보자.


 같은 병실에 입원하신 분의 보호자께서 나를 알아보셨다. 블로그의 사진으로 인해 나를 알아보는 분이 있을 줄이야.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이것은 초큼은 챙피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와 같은 세아이의 아빠인 점이 너무나 반가웠음에도 그 반가움이 반가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큰아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좀처럼 살갑지 않은 녀석인지라 그 전화의 배후에는 아이 엄마가 있으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렇지만, 그 전화가 너무 반가워 통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을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이런게 바로 사랑 일테지. 밥 잘 먹고 잠 잘 자라는 그 짧은 얘기만으로도 가슴이 훈훈해지는 것 말이다. 


 나는 지금 내 몸속으로 항암 약물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잘 부탁해요.

201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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