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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그는 현재 림프종에 걸려 있거나 혹은 그와 매우 가까운 사람에게서 림프종이 시작되었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평생을 살아도 접해볼 수 없을 이 림프종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하고, 나의 블로그까지 들어와서 글을 읽는다는 것은 그렇게 작은 우연은 아닐테다. 그것은, 내가 이렇게 블로그에 투병일기를 적을 때의 마음도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결코 흔하지 않은 림프종이라는 녀석과의 힘겨운 동행 자체가 가볍지 않을 뿐더러, 그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게다가 이 글을 읽을 사람들의 마음도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 나는 이 카테고리에 결코 가벼운 말들을 쏟아내지 못할 것이다. 종종 림프종을 친구라 불러보기도 하고, 카테터를 두발이 혹은 세발이라 부르며 소중한 녀석이라 칭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표현해 봄으로써 이 무거운 주제를 조금이나마 가벼이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게 림프종과의 싸움은 나를 힘겹게 하고 있다.


 여하튼, 이 블로그를 보고 있는, 어떻게든 림프종과 연관이 되어 있을, 당신께 말하고 싶다. 항암요법은 결코 만만하게 생각하거나, 별거 아니라고 여기거나, 누구나 다 견뎌낼 수 있는 것이라 판단하거나, 병을 이겨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뿐이라 여기거나, 또는 항암 치료를 하고 있는 누군가를 그저 아무런 감정 없이 바라보거나 하는 그런 생각들과 마음가짐을 털어 버릴 것을 말하고 싶다. 항암요법이 궁금한가? 그렇다면 나는 당신께 말해주고 싶다. 항암요법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이라고, 항암요법을 통해서 그 누구든 더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고 그것은 앞으로의 삶에 어떠한 형태로든 큰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물론 그것은 항암요법을 통해 살아남았을 경우에 한해서라고...


 재발 후 세 번째 받은 항암은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처음 발병부터 시작해서 모두 9번의 항암이였다. 아니다, 자가 조혈모세포에서의 고용량 항암을 포함하면 도합 10번이다. 고용량 항암을 받으면서 죽다 살아났던 기억을 떠올린다면 이번 열 번째의 항암은 식은 죽 먹기라 여겨야 하나. 그럼에도 난 이번 항암이 가장 힘들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해답은 만약 다음번의 항암치료가 이어졌을 경우에 찾아야 하겠다. 확실한 것은 2년 전의 항암과 재발 후의 항암은 정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회차가 많아질수록 내 몸이 더 못 견뎌 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난 지금 치료를 받는 것이지 몸을 망가뜨리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끝없는 쇠뇌가 필요한 이유다.


 이번 항암에서는 뜻하지 않게 감기와 몸살을 함께 겪어야 했다. 감기가 걸려있는 상태로 항암치료를 받으러 향하는 것은 정말 미친 짓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번에도 한번 그것을 겪었음에도 난 컨디션 조절의 실패로 이번 항암에 감기를 동반했다. 그런데 거기에 몸살까지 더해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본격적인 항암에 의한 부작용들이 이제는 끝나가고 점차 안정감을 찾아갈 때쯤, 갑자기 몸살이 찾아왔다. 침대에서 일어나면 이대로 영영 침대로 못돌아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침대와 하나가 되어 자다 깨기를 반복 하다보니 꼬박 이틀이 지나버렸다. 바들바들 떨던 몸으로 침대 시트와 환자복 그리고 베갯잇까지 훔뻑 적셔낸 대단한 일을 해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번 항암도 드디어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만약 제 삼자의 입장에서 항암치료를 받는 누군가를 바라보는 중이라면 좋겠다. 난 그에게 정성을 다해 말해줄 것이다. 항암을 이겨내고 있는 당신이 대견하며, 자랑스럽다고. 이글을 보고 있을 당신께서 림프종 환우가 아닌 림프종 환우와 매우 가까운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꼭 이말을 전하길 권한다. 항암치료를 잘 받아내고 있는 당신으로 인해 감사하노라고.

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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