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추억여행은 언제나 마음 설레이게 합니다. 아이들의 맑은 두 눈에 담기는 이 여행길의 풍경들이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아 주겠지요. 그 기억 속에 함께할 수 있다는게 이렇게 기쁜것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기인합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여행이 이토록 소중한 이유도 바쁜 일상들로 인해서 자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가끔 떠나는 여행길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들을 사진에 담고, 두 눈에 담고, 기억에 저장하고 싶어집니다. 단양 8경으로 유명한 단양으로 출발하면서의 마음은 이러한 비장함을 더해 주었습니다. 과연 어떤 풍경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 설레임으로 먼 길을 달려가면서도 전혀 힘들다 느끼지 못 했습니다. 그렇게 설레임을 가득 안고 도착한 단양에서의 짧..
이번에는 멋진 풍경이 있는 캠핑장으로 가는거야. 그래 계곡이 있으면 더 좋겠어. 라며 마눌님이 열심히 검색을 하면서 찾아낸 포천 계곡 캠핑장을 다녀왔습니다.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사진들은 멋진 계곡을 끼고 있는 정말 이상적인 캠핑장으로 보였고, 캠핑장 한켠에는 수영장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최적의 캠핑장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출발한 캠핑이였습니다. 하지만, 계곡은 계곡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수준의 동네 개울 같았고, 그 개울 건너편으로 돼지 사육장이 있어서 냄새가 진동을 했으며... 돼지 울음소리에 정신줄을 놓았던 것은 옵션이고... 사이트에서 수영장까지 너무 멀리 있어서 너무 불편했던 점들과 화장실이나 샤워시설도 불편했던... 정말 여러모로 즐겁지 못했던 캠핑이였습니다. 흠..
아라뱃길을 따라 위치한 두리캠핑장에 다녀왔습니다. 김포 고촌인 저희 집에서는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지요. 그러니까 집에서 매우 가깝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한번은 갈 수 밖에 없었던, 가야만 했었던 캠핑장이였습니다. 두리 생태공원과 나란히 위치해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최악의 캠핑 (with 흙먼지) 집에서 가까운 점과 캠핑장 바로 옆에 놀이 시설이 있다는 점, 그리고 생태공원과 아라뱃길 자전거 길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의 많은 장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캠핑장이 흙먼지 투성이 였다는 점에서 낙재점을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이트도 흙투성이 놀이터도 흙투성이... 결론은 흙먼지 들과 사투를 벌이다 끝난 캠핑이였습니다. 사이트에는 어설픈 잔디들을 걷어내..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그는 현재 림프종에 걸려 있거나 혹은 그와 매우 가까운 사람에게서 림프종이 시작되었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평생을 살아도 접해볼 수 없을 이 림프종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하고, 나의 블로그까지 들어와서 글을 읽는다는 것은 그렇게 작은 우연은 아닐테다. 그것은, 내가 이렇게 블로그에 투병일기를 적을 때의 마음도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결코 흔하지 않은 림프종이라는 녀석과의 힘겨운 동행 자체가 가볍지 않을 뿐더러, 그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게다가 이 글을 읽을 사람들의 마음도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 나는 이 카테고리에 결코 가벼운 말들을 쏟아내지 못할 것이다. 종종 림프종을 친구라 불러보기도 하고, 카테..
3차 항암 DHAP 림프종이 재발함을 확인한지 3개월이 흘렀고, 재발 후 세 번째 항암을 받기 위해 다시 입원했다. 이번 항암은 조금 더 수월하길 고대하지만 그럴 일은 결코 없겠지. R-CHOP보다 DHAP가 더 힘들다 느껴지는 것은 이미 겪었던 것과 지금 겪어야만 하는 것의 차이일까. 지나가 버린 고통은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지지만 지금 겪어야만 하는 고통은 뇌리에 남은채 두려움과 함께 나를 괴롭히고 있다. 아직 항암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입맛이 뚝 떨어진 것은 지난 항암에서 느꼈던 그 힘듦을 몸이 기억하고 있는 까닭일테지. 두 항암치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오심의 정도다. R-CHOP은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린 반면 DHAP는 머리카락이 덜 빠지고, 딸꾹질이나 오한, 변비, 위통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그 녀석이 다시 나타났음을 확인한 후, 주변에 그 사실을 열심히 알리며 치료를 시작한지 벌써 2개월이 흘렀다. (나의 주치의는 그 녀석이 재발했음을 통보할 때 "다시 스믈스믈 기어 올라온다"라며 의인화하여 표현했다.) 직장과 집을 비롯 내 삶에서의 다양한 역할들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치료를 시작한 이후의 내 삶은 폭풍 처럼 거칠고 빠르기만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내 감정은 또 이만큼 자라왔고 또 이만큼 성숙해졌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또 다시 수 많은 사람들에게 은혜를 받았다. 못나게만 살아왔던 내가 이토록 과분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리고 지금 받고 있는 이 많은 사랑들을 다시 되돌려 드릴 그날을 손 꼽아 기다린다. 유급 휴직이 마치 당연하단 듯이 선뜻 결정해준 사장님과 ..
"우리 제임스류님은 오늘 피검사를 하셔야 하는데, 아직 안하셨네요?" 국내에서 손꼽히는 큰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나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른바 책바퀴가 돌아가듯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에 몰두 해야만 한다. 환자들의 손발이 되어야 하고, 교수님의 손발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모든 흐름이 책바퀴 돌듯이 오차없이 돌아갈 수 있고, 그렇게 물 흐르듯이 잔잔하게 모든 일들이 연결도록 하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임무인 것이다. 외래진료실은 나의 통제를 받아야만 정상적인 동작이 가능하므로 내가 앉아 있는 이자리는 일종의 운전석인 샘이다. 혈액종양과 병동에서 2년간 근무하고, 혈액종양과 외래로 배치되어서 이곳을 운전하기 시작한게 벌써 1년이 넘었다. 병원동에서는 3교대 근무를 해야 하므로 육체적으..
다시 시작된 투병일기.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으로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한 림프종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느끼며, 나는 또다시 투병일기를 적으려 한다. 지난 11월 재발 사실을 확인하고 12월 부터 시작된 1차 항암치료, 그 힘듦을 이겨내고 어느 정도 회복 되었지만, 이제 곧 2번째 항암치료가 시작된다. 그 과정이 두렵고 두렵지만, 난 이 일기를 통해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긍정의 마음을 한아름 이끌어 내고자 한다. 나 자신을 다독이고, 나를 돌아보며, 내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려 한다. 그리고 종내에는 림프종을 이겨내려 한다. 이 일기는 내가 림프종을 어떻게 이겨내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야 한다. 나는 림프종으로 인해 이만큼 더 성장했고, 이만큼 더 사랑했으며, 이만큼 더 깨달았다. 그러므로 이 ..
16년 새해가 시작되고 있구려. 이른 저녁부터 청했던 잠 덕분에 새벽부터 눈을 뜨고 이런저런 사색에 잠겨 있다보니 한없이 가라앉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오. 맞소. 청승이구려. 그래도 그 청승덕에 당신에게 편지를 한통 띄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오. 얼마전, 나의 두 번째 가족과 세 번째 가족 그리고 네 번째 가족에게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통해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오. 그런데 막상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가족에게는 선물은 고사하고 카드는 물론이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오. 그게 못내 미안했던 것 인지도 모르겠소. 첫 번째 가족이요? 물론 당신이라오. 그리고 새해가 떠오르려 하는 지금 아주 멀고 먼 곳에 혼자 떨어져 있기 때문임을 이해해 주길 바라오. 그러니 너무 청승이라..
큰아들 영민이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카드 To. 사랑하는 아들 영민에게 사랑하는 우리 큰아들 영민아 안녕. 메리 크리스마스! 이번에도 병원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게 될 줄은 미쳐 몰랐네. 아빠가 없는 크리스마스가 처음은 아니지만,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은 처음보다 더 크단다. 지난번보다 더 많이 기도해 주고 더 많이 응원해 줄꺼지? 영민이의 응원이 있으면 아빠가 더 빨리 낫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래도 우리 믿음직한 큰아들이 있어서 아빠의 마음이 한결 가볍단다. 아빠 없는동안 영민이가 동생들과도 더 잘 놀아주고, 엄마와 할머니들도 더 잘 도와드릴 꺼라고 믿을께. 서툴러서 제대로 표현은 못했지만 아빠가 영민이 많이 사랑하는거 알고 있지? 아빠는 아직도 영민이가 태어나던 그 날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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