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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Essay

어른의 경계선에서

james.ryu 2014. 3. 18. 21:29

나는 나의 건강을 염려한다거나, 나의 건강에게 많은 것들을 할애하고 투자한다거나, 나의 건강에게 안녕을 묻기에 매우 인색했다. 그 인색함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그것은 어림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난 그동안 매우 어리고 어렸는데, 그 어림을 잘 몰라서 항상 인색할 수 밖에 없었던 거였다. 어른은 그에 걸맞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고, 더 많은 근심과 걱정을 해야한다. 그것은 어른의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리고 그 책임과 근심 걱정에 건강이라는 주제도 더해주어야 비로소 어른이라는 대명사가 완성되는 거다. 


어른은 건강을 염려한다. 그리고 그것이 어른의 비밀이다. 필수 영양소라던가 권장 섭취량이라던가 하는 어른만의 비밀.


사람이 수명이 다해 죽기까지 항상 어릴 수가 있을까? 어린 사람이 수명이 다해 죽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수명이 다해 죽는 사람은 어른이 되었다는 이유로 수명이 다해 죽는거다. 그러니 사람은 언제까지 어릴수가 없는거지만, 그렇지만 난, 언제까지나 어리고 싶은 사람이다.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고, 언제까지나 어리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버린 요즘이다. 그리고 웃기게도, 언제까지나 어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요즘의 나는, 나의 건강에 대해서 매우 많은 근심과 걱정을 하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이다. 물론 그것은 투병생활을 하고 있음으로 기인하지만...


건강에 대해서 이토록 많은 근심과 걱정을 하면서도 현재의 나는 어린사람이기를 바란다.


한 노인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노인은 근심과 걱정이 없는 온화한 사람 이였으나, 어느날 인가부터 감이 너무나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감을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감을 먹으면 안되는 병에 걸린 것을 알게되었다. 근심과 걱정이 없던 노인이였지만, 그토록 먹고 싶은 감을 먹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나 힘들어 했다. 하지만 노인의 건강을 걱정한 딸과 며느리는 노인에게 절대로 감을 주지 않았다.


그후 노인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노인은 정말로 감을 먹지 않고 끝까지 참아야만 했을까. 오히려 감을 먹는 것이 노인에게 더 좋지 않았을까. 먹으면 안된다는 감을 먹고, 언제나 그랬듯이 근심과 걱정없이 살았다면 더 오래 살지 않았을까.


근심과 걱정이 없다는 것.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이라는 것. 그것이 건강하게 오래도록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일테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건강을 걱정하지 않아야 더 오래 살수 있다. 


그것이 바로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에도 어린 사람이기를 바라는 연유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내가 건강하고 싶다라는 속마음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건강을 염려하는 어른일 수밖에 없는거다. 슬프게도, 아리러니 하게도, 안타깝게도...


건강을 해롭게 하는 나의 수많은 근심 걱정에다가 건강에 대한 근심 걱정을 추가했다. 어쩔수 없이. 그렇게 나는 어림을 떨쳐내고 어른의 경계선을 넘어섰다.


어림과 어른의 경계에 관한, 엉터리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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