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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서 사라져버린 5살 이전의 시절을 제외하고, 어느 시절이 가장 즐거웠을까를 가만히 생각해봤다. 꼬꼬마시절을 포함시키더라도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정한다는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마치 좋아하는 동물을 딱 하나만 고르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뭐냐는 질문에 머릿속이 하얗게 되버린 경험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좋아하는 것을 한가지만 고르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어려움을 겪는다는 정도다. 좋아하는 동물을 고르는 것은 어렵다. 사슴도 좋고, 여우도 좋고, 기린도 좋다. 동물원에 가서는 호랑이를 한참 동안 바라보게 되는 것을 봐서는 분명히 호랑이도 좋아한다. 그런데 뭐랄까. 그중에 하나만 고르는건 못하겠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난 아직도 좋아 하는 색을 명확하게 얘기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만큼 행복했던 시절들이 많았다. 문득 아무런 이유도 없이 행복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면, 나도 모르게 웃음지으며 즐거운 회상에 잠겨들곤 한다. 이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보잘것 없는 나에게 생을 주시고, 또 그렇게 행복한 순간순간을 만들어 주심을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사실, 행복이란 것은 지금 이순간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보다는 현재가 중요한 것이고, 다가올 미래가 더 중요하듯이, 이미 지나간 시간 속에서 행복했던 것은, 사프란의 꽃말처럼 그 행복을 그리워하고, 또 다른 행복이 피어나길 바라는 정도가 아닐까.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하지 않다면, 지나간 행복했던 순간들은 떠나버린 버스처럼, 아무런 의미없는 순간들이 된다는 것이다. 녹아버린 눈송이처럼, 떨어져 내린 벚꽃처럼 말이다. 하지만, 또다시 눈이 내릴 것이고, 또다시 벚꽃이 피어남을 알고, 그것을 바란다. 그러니, 지나갔던 행복한 순간들처럼 또 다른 행복한 순간이 찾아올 것을 알고 있으며, 그것을 바란다는 것이다. 


비단 그러한 이유때문만은 아니겠으나, 더불어 함께하는 동안에 행복하길 바라는 것은 그러한 연유이기도 하다.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참 좋았던 시절이다 라고 회상하듯이, 먼 훗날이 되어서 지금 이순간에 더불어 함께하는 순간들을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달까. 지금 이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금의 이순간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이겠다. 


지금 이 순간이 힘들고 고통스러울지 몰라도, 먼 훗날에는 지금을 되돌아보며 행복한 시절이였지 라고 웃음지으며 회상할지도 모를일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와 더불어 함께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테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이순간이 내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꼽힐지도 모른다. 아주 먼 훗날에는 말이다. 


그러므로 난 지금 이순간을 더욱 즐겁다 여기며, 더욱 행복하다 여기며, 더욱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야 할테다. 내가 사랑하며 더불어 함께하는 이토록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대한, 엉터리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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