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라고 하더니만,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 항암치료가 벌써 반환점을 돌았다. 8번의 항암치료 중에서 벌써 네번째의 항암치료를 받았으니 이제 남겨진 숫자는 "4". 그리고 반환점을 돌기 전에 PET CT를 찍어서 중간 점검도 받았다. 그리고 난 감사함에 눈물로 기도를 드렸다. *모니터 화면에는 두장의 흑백 사진이 나란히 출력되고 있었다. 오른쪽의 흑백 사진은 내 몸속에 자리잡은 암의 존재를 확인케 해주었던 사진이고, 왼쪽의 흑백 사진은 이번에 새롭게 찍은 사진이였다. 의사님은 나에게 그 두장의 흑백 사진을 보여주며 차분한 어조로 설명해 주었다. 그는 내가 이 병원에 처음 왔을때와 완벽하게 동일한 음색이였고, 차분한 어조 또한 그때와 완벽하게 동일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듣고 있는 나의 심정은 완..
세번째 항암치료를 받았고 그로부터 10일이 지났다. 그리고 난 또다시 투병일기를 쓰고 있다. 한동안 투병일기를 쓰는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난 여전히 림프종을 이겨내리라는 투철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으며, 그것과 완벽히 동일한 의미를 부여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림프종을 이겨내기 위해서 엄청나게 대단한 노력을 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 몸을 의사님께 온전히 맞기고 있을뿐이다. 내 몸에서 피어나고 있는 아름다운 그 무엇 때문에 설레여 하지만, 그것으로부터 오는 이상한 반응들로 인해 두려워하며 안절부절 못하다가, 의사님의 한마디 한마디를 듣고서야 천상을 날아 오르듯 붕 떠오르기도 하고, 하염없는 나락으로 곤두박질 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난, 나를 절대적으로 위하고 ..
MBC QueeN 이라는 케이블 방송에서 하는 "암과 나"라는 토크 배틀 프로그램을 보다가 문득 생활습관을 개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한 결과 나에게는 잘못된 생활 습관들이 상.당.히 많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 많은 잘 못된 생활 습관들을 차근차근 고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그래서 투병일기에 이러한 생각들을 잘 정리해 놓고 우선 실행 가능한 것들부터 실천해 나가야 겠다. 라는 결심에 이르렀다. 일단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나의 삶속에서 암이라는 녀석이 내 몸에 생겨날 수 있도록 알게 모르게 조금이라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잘 못된 생활 습관들에 대해 나열을 좀 해보자. 물론 이러한 잘 못된 생활 습관들 때문에 반드시 암에 걸렸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두번째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2일차. 투병일기. 외래주사실, 심해진 부작용 지난 월요일에 2차 항암치료를 하고나서 2틀동안을 이게 내 몸인지 넘에 몸인지 도저히 식별되지 않는 몸을 이끌고, 이게 내 정신인지 넘의 정신인지 도저히 인지하지 못할 정신상태로 비몽사몽 지냈다. 그런데 이제는 정신이 조금 드는가보다 이렇게 컴터앞에 자리잡고 앉은걸 보니 말이다. 어쨌거나 2차 항암치료를 받았고 오늘로 2일차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렇게 투병일기를 시작하고 있다. 투병일기를 많은 분들이 읽어 주시는 것 같다. 키워드로 유입되는 방문자수가 상당한걸 보니 말이다. 어쨌거나 같은 병으로 투병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나의 투병일기를 읽고 공감도 하고 용기도 얻고 정보도 얻는다면, 이 투병일기를 쓰기 시작한 본래의 의도와 함께 한..
항암치료를 시작한지 벌써 20일이 되었다. 그동안에 나에게 일어난 변화가 어디 한둘 이겠느냐 만은... 나에게 일어난 변화중 단연코 일등이라 할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다름아닌 탈모. * 다시 만들어지고 있는 나. 림프종이라는 녀석이 그것도 악성이라고 판정받은 그 녀석이 내몸을 야금야금 먹어가고 있다는걸 알게된 이후로 나에게는 모든 것들이 그야말로 변화의 연속이였다. 내 몸 내 신체의 변화 뿐만 아니라 나의 내면 그러니까 정신적인 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디 그것 뿐이랴 나의 생활 패턴 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것들도 차츰 바뀌어가고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것도 달라졌고 나의 주 생활 무대도 변경되었다. 그렇게 차츰차츰 바뀌고 변해가고 진화하고 더해지고 빠지고 추가되..
첫번째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10일차. 투병일기. 외래진료, 백혈구감소, 여전한복통 지난 금요일에 퇴원하고 주말을 김포집에서 보냈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고 잘 뒹굴고 있다. 말 그대로 요양을 제대로 하고 있는거지. 어쨌거나 그렇게 놀고 먹고 있는 가운데 오늘은 외래진료가 잡혀 있는 관계로 일산 암센터로 나들이를 나갔다. 의사샘이 어떤말을 할지 잔뜩 기대하면서 말이다. 몇일만에 다시 만나는 의사샘이 왠지 반가웠다. 의도적으로 의사샘을 좋아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그래서 반갑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의사샘을 좋아하기로 맘먹은 것은 내 병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내 병을 치료해 줄 사람이므로 이것저것 따지지도 말고 묻지도 말고 좋아하기로 했다. 흐흐. 피검사 결과도 오래 기다렸지만, 진료실에 왠 사람들..
첫번째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9일차. 투병일기. 요양의 시작, 다시 찾아온 복통, 민감해진 몸, 약간의 두통 어제 퇴원을 하고 김포 엄마집으로 요양왔다. 당분간 이곳에서 요양하며 지낼 예정이다. 표현은 요양이지만 사실 이건 격리잖아. 응? 안그래?.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집안에서 오로지 잡안에 있는 것들로만 생활해야 하니... 이것은 그야말로 격리. 하지만 격리라 생각하지 말고 요양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왠지 느낌부터가 틀리지 않은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이 기회에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도 좀 내려놓고 그동안 쌓였던 피로들도 좀 내려놓고 내가 짊어졌던 짐들도 잠시 내려놓자. 물론 그로인해 누군가는 더 힘들어 지겠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나를 위한 요양인거다. 항암치..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그 친구 이름은 "중심정맥관"이다. 내 오른쪽 가슴에 삽입된 녀석이다. 그녀석의 이름이 "중심정맥관" 이란다. 이녀석이 내 몸속에 들어올때 느꼈던 그 끔찍한 느낌과 기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지만, 내 몸속에 들어와서 놀라울만큼 중요한 일을 해주고 있으니 지금의 나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녀석인 것이다. 결코 짧지 않은 투병기간 동안 나와 함께 수많은 어려움을 견뎌줄 녀석이니 더욱 소중한 녀석이다. 그러니 이녀석을 소중하게 관리해 주련다. 고맙다 친구.
첫번째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7일차. 투병일기. 컨디션 저하. 약간의 두통. 정확한 병명. 퇴원 오늘 회진에서 내일 퇴원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꺄~ 드디어 퇴원이로구나!!. 지금의 이 퇴원이 완치후 퇴원하는 것이 아니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고도 멀었지만, 그래도 9일씩이나 병원에 있었던 터라 좀이 쑤시고 온몸이 근질근질 했었는데 이 어찌 기쁘지 않겠느냐. 좋아 좋아 넘흐 넘흐 좋아!!! 답답한 병실아 당분간 안녕. 조만간 또 만나긴 하겠지만. 흑흑. 일단 혈액검사 결과에 별다른 이상이 없고, 혈청에 아주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던데 그 문제도 다 갈끔해 졌다고 한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의사선생님이 하는 얘기는 너무 알아듣기 힘이든다. 쩝. 어쨌거나 일단 퇴원하고 월요일에 외래로 검사받으러 오란다. ..
네번째 투병일기의 주제는 가족이다. 투병일기에 가족 이야기가 빠질 수 있겠느냐. 라는 생각이다. 일단의 나는 가장이고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있는 모든 이유도 바로 이것이므로... 그러므로 한발짝 늦은 네번째 투병일기의 주제는 가족이다. * 나는 살면서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에 대한 경계가 언제나 명확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불분명한 경계를 때로는 이렇게 결정짓고 또 때로는 저렇게 결정지을 수 있도록, 그리하여 내가 해야 하는 것과 내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있도록 보이지 않게 나를 이끌어준 많은 것들이 있었다. 나의 신념 이라던가 나의 의지 라던가 나의 희망 이라던가 이런 이상적인 얘기가 아니다.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준 나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 어떠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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