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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를 시작한지 벌써 20일이 되었다. 그동안에 나에게 일어난 변화가 어디 한둘 이겠느냐 만은... 나에게 일어난 변화중 단연코 일등이라 할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다름아닌 탈모. 


*


다시 만들어지고 있는 나.


림프종이라는 녀석이 그것도 악성이라고 판정받은 그 녀석이 내몸을 야금야금 먹어가고 있다는걸 알게된 이후로 나에게는 모든 것들이 그야말로 변화의 연속이였다. 내 몸 내 신체의 변화 뿐만 아니라 나의 내면 그러니까 정신적인 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디 그것 뿐이랴 나의 생활 패턴 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것들도 차츰 바뀌어가고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것도 달라졌고 나의 주 생활 무대도 변경되었다. 그렇게 차츰차츰 바뀌고 변해가고 진화하고 더해지고 빠지고 추가되고 변경되는 동안에 벌써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그렇게 지금의 내가 만들어지고 있다. 


변화된 것들을 일일히 나열하자면 끝도 없겠다만, 주변 환경에 대한 변화는 제쳐두고, 나의 내면에 대한 변화도 제쳐두고, 내 주변 사람들의 변화도 제쳐두고, 일단은 내 신체적인 변화를 얘기해 보자....면...


음... 일단 체력이 확연히 떨어졌다. 사실 이게 제일 큰 문제라 여겨진다. 체력이 떨어진게 확연히 느껴진다는 말은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할라치면 금세 지쳐버린 다는 뜻이고 체력이 뒤따르지 않다보니 의욕도 떨어진다는 부작용도 함께 동반하게 된다. 다른건 몰라도 체력 하나는 남다르다고 자부하던 나였는데 말이다. 그리고 살이 좀 더 빠졌다. 일단 오늘 아침의 몸무게는 66. 병원에 입원할 당시에 비하면 -2 인 셈이다. 암것도 하는거 없이 먹고자기만 하는데 몸무게가 줄어드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싶다. 어쨌거나 내 신체적인 변화는 이정도?


하지만, 가장 큰 신체적인 변화는 다름 아닌 탈모다. 여기서 일단 눈물 한방울 훔쳐주고...


사실 탈모는 함암치료 과정에 있어서 예견된 수순이였다. 항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던 당일날 회진을 마치고 돌아가던 의사샘이 무엇인가 깜빡하고 얘기를 안했다는 표정으로 뒤돌아서면서 얘기했었다. 그것도 살짝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2-3주 후면 머리카락 다 빠질껍니다." 라고. 아 그렇군요. 라고 전혀 아무렇지 않게. 정말 그 말뜻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이상 눈꼽만큼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니 그때 살짝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말하던 의사샘이 그토록 얄미울 수가 없다. 아. 이래서 사람 일이라는건 닥치고 봐야 아는 건가보다? 후후



두 손가락으로 슬쩍 당겼더니... 숭풍!


어쨌거나 탈모는 왔고, 한손 가득 머리카락이 숭풍 빠지는 것을 경험했고, 그날 바로 머리를 밀어버렸다. 그로부터 벌써 4일이 흘렀다. 


그렇다고 세상이 끝난 것처럼 무지막지하게 허탈했다거나 빠진 머리카락을 붙들고 내 소중한 새끼들아 어찌하여 나를 버리느냐 면서 무척 슬퍼 했다거나 민둥산이 되어버린 내 머리를 보면서 내 찬란했던 영광의 시간은 이제 다 끝났구나 라는 허망함으로 똘똘 뭉쳐 버렸다거나 하는 일은 결단코 없었다. 그냥 머랄까 아주 조금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는 정도? 하긴 당연히 허전 하긴 했겠다. ㅎㅎ 어쨌거나 손으로 쓰윽 하고 만져도 만져지는 것이 없으니. 말 그대로 먼가 허전한 느낌일뿐 다른 그 이상의 감정은 결단코 없었다.  


하지만, 이제 3살이 된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이제 19개월 밖에 되지 않은 막내녀석이 나를 슬프게 했다. 민둥머리가 되어버린 날 보고 마치 낯선 사람인냥 엉엉 울어버린 막내녀석이 말이다. 허허 그것참. 아무리 낯 가림이 심한 녀석이긴 하지만, 아무리 근 3주동안 못만났다가 오랜만에 만났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빤데 말이야. 태어나서 여태까지 잠을  재워준게 몇 번이고 모유는 그렇다 치고 분유를 먹여준게 몇 번이고 목욕을 시켜준게 몇 번이고 번이고 번이고 번인데 그깟 머리카락 좀 없기로써니 아빠를 몰라보다니 말이다. 아 정말 하늘을 향해 사자후를 터트리고 싶은 심정이였다... 만은 아직 아기인 녀석이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별 수 있겠나? 어쨌거나 이 이야기는 막내 녀석이 성인이 되서 아빠가 서운했던 점을 얘기하는 자리가 되면 내 꼭 얘기할련다. 라고 마음 먹었다. 


그러니까 난 민둥머리를 빵모자로 감추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는 소심한 아빠다. ㅋㅋ



어? 근데 그동안 없었던 빈혈 증상이 나타났다. 쇼파에 앉았다가 일어서는 순간 하늘이 핑글 돌면서 주저 앉으뻔 했다. 그러니 이건 빈혈이 맞는 거겠지? 물론, 이런 가벼운 빈혈증상이야 살면서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걸테지만... 난 지금 항암치료 중이잖아? 그러니 이정도 빈혈 증상도 꼼꼼히 체크를 해야겠다. 


어제 가벼운 빈혈 증상이 3번 있었지만 오늘은 아직 없었다. 그러니 그냥 일시적인 건지도 모르지. 일단은 밥부터 잘 챙겨먹고 간식도 꼬박꼬박 챙겨먹고 영양관리에 좀더 신경을 써보자. 오늘하루 빈혈증상이 한번도 없으면 다행인거지. 어쨌거나 다음번 외래진료받을때는 빈혈에 대해서 의사샘한테 문의를 해봐야겠다.


*


오늘부터 영어공부 시작이다. 흠. 영어공부에 대해서 얘기할려니 할 얘기가 산더미가 될 듯 하다. 그러니 별도의 포스팅을 하던가 해야겠다. 일단은 영어공부를 결심하게 만들어준 영어탈피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정도만 해야겠다. 엥? 왠 영어탈피? 흠 머 말이 필요없다. 그냥 링크하나 걸어두는 걸로 마무리. 


http://www.youtube.com/watch?v=lY56RnqKmrY&feature=youtu.be 


어쨌거나 결코 짧지 않은 항암치료 기간동안의 병가 기간동안 난 영어와 즐겁게 놀아볼련다. 라는 계획이다. 그러니 이거야 말로 화이팅 이로다.


물론, 나의 투병생활에도 화이팅을 외치면서, 오늘의 투병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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