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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2일차. 투병일기.


외래주사실, 심해진 부작용


지난 월요일에 2차 항암치료를 하고나서 2틀동안을 이게 내 몸인지 넘에 몸인지 도저히 식별되지 않는 몸을 이끌고, 이게 내 정신인지 넘의 정신인지 도저히 인지하지 못할 정신상태로 비몽사몽 지냈다. 그런데 이제는 정신이 조금 드는가보다 이렇게 컴터앞에 자리잡고 앉은걸 보니 말이다. 어쨌거나 2차 항암치료를 받았고 오늘로 2일차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렇게 투병일기를 시작하고 있다.


투병일기를 많은 분들이 읽어 주시는 것 같다. 키워드로 유입되는 방문자수가 상당한걸 보니 말이다. 어쨌거나 같은 병으로 투병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나의 투병일기를 읽고 공감도 하고 용기도 얻고 정보도 얻는다면, 이 투병일기를 쓰기 시작한 본래의 의도와 함께 한가지의 의도가 더 추가 될테니 나로써도 더 힘이나는게 아닐까 싶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끼리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것이 정말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 이므로. 


어제 낮에는 낮잠을 많이 잤다. 그래서인지 밤 늦도록 잠이 들지 않아 한참을 뒤척였다. 그러면서도 스마트폰으로 그동안 적어놓았던 투병일기를 천천히 읽어보았다. 그러다 보니 아 내가 이런 생각들도 했었으니 다음번 일기에는 이런 생각들을 잘 정리해서 적어놔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 이런 일들이 있었으니 이런 것들도 잘 정리해서 적어놔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일기를 쓰려고 하니 그 생각들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난 분명 어제 이런 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했는데 말이다. 요상한 일이다. 어쨌거나 난 이렇게 투병일기를 시작하고 있다.


난 분명히 항암치료를 받았고, 항암치료를 받는 도중에는 저녁에 집에가서 오늘 하루동안에 겪었던 일들과 나의 기분들과 생각들을 잘 정리해서 일기에 담아놔야지 라고 분명히 생각했었다. 그러나 항암치료를 마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부터의 나의 몸은 나의 몸이 아니였고, 나의 정신은 나의 정신이 아니였다. 그러므로 난 이제서야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에 대한 핑계를 내 일기장의 주인인 나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재밌군.


아침 9시 병원에서 체혈을 하고 10시 40분 외래진료로 의사샘과 상담을 받았다. 피검사는 정상이였고 피검사로도 검출되었던 이상이 있던 세포도 더이상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빈혈에 대해서도 물어보니 피검사에서 나오는 빈혈과 관련된 수치는 정상적인 것으로 보아서 일시적인 현상인 것 같다고 한다. 그러니 이건 다행인거지. 그런데 오늘도 약간의 빈혈이 느껴졌다. 흠냐. 아무튼 백혈구 등의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기에 2차 항암치료를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듣고 안도했다. 그리고 다음 외래 진료등의 간단한 설명등을 듣고 주사치료실로 향했다. 


월요일이라서 그런지 주사 치료실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니. 이 많은 사람들이 암환자라니. 내가 암환자가 되고 보니 암환자들을 이렇게 많이 접할 수 있게 되는구나 라는 짧은 생각이 들었다. 그 결과 나는 함암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들어가야 했다. 결코 놀이기구를 타기위해 대기하는 것과 같은 기분은 아니였다. 그리고 얼마후 내 소중한 친구인 중심정맥관에 주삿바늘이 꽂혀졌다.   


외래 주사실에서 이렇게 누워있었다. 무려 월차까지 쓰고 함께 병원에 와준 고마운 마눌님께서 직접 촬영해 주셨다. 그리고 난 저 썬글라스가 맘에 든다. ㅋㅋ




5가지 항암제중 첫번째인 리툭시맙 이다. 이녀석은 2시간 반 정도 걸렸다. 1차 때는 이녀석 때문에 오한과 호흡곤란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2차에는 그런 증상이 없어서 천만 다행이였다. 호흡곤란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때 느꼈던 그 오한은 살면서 다시 느끼고 싶지 않은 그런 고통이 였으니 말이다. 으~ 생각도 하기 싫다. 



5가지 항암제중 두번째인 사이클로 포스파마이드 이다. 이건 1시간 정도 걸렸던가? 그리고 이건 코가 매운게 특징이다. 정말 맵다. 음 머랄까 화생방 훈련장 근처에 있는 느낌이랄까? 아주 아주 어렸을적 그러니까 80년대 쯤에 신촌 연대앞에서 느꼈던 최류탄 냄새와 비슷하달까? 아무튼 맵다. 이게 투약하는 동안에는 그냥 내 코는 내 코가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는게 속편하다. 으 정말 싫은 느낌. 




5가지 항암제중 세번째인 독소루비신 이다. 이건 대략 30분 정도 걸렸다. 약이 붉은 색이라 좀 공포스러운게 특징이다. 이 녀석 때문에라도 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더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붉은 소변을 보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소변볼때 아프기도 한다더라. 그래서 공포의 붉은 약이라는 별명도 있다더군. 근데 난 붉은 소변도 없었고 아프적도 없었다. 그러니 이건 정말 다행인거지. 




5가지 항암제중 네번째인 빈크리스틴 이다. 마지막인 5번째 항암제는 먹는 알약이므로 중심정맥관을 통해서 투약하는 마지막 항암제는 빈크리스틴이다.  이것도 대략 30분 정도 걸린것 같다. 이녀석이 들어갈때 쯤부터 내 정신은 혼미해 지기 시작했다. 비몽사몽의 시작점이랄까. 그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도 보고 영어단어 공부도 하고 그랬는데 딱 이녀석 부터 의욕상실, 체력저하, 정신몽롱 이였다. 흐.




차트를 두고 갔길래 차트도 찍었다. 그런데 죄다 모르는 용어들 뿐;;; 아래 오한 호흡곤란 이라고 날려 적은 것만 알아볼 수 있는 정도 ㅋㅋ 항암주사는 총 4개 였는데 항암주사 맞기전에 항구토제 등 총 3가지 부작용 억제약을 맞았고 중간중간 포도당도 몇번씩 맞았다. 그래서 차트에 저렇게 많이 적혀 있는거겠지. 




항암제는 다른 약물과 달리 철저하게 관리가 되어야 하나보다. 약을 투여할때 마다 이름과 생년월일을 직접 확인시켜 주더라. 그리고 링거줄에 이 약을 투입했다고 저렇게 표시도 꼭 하더라. 하긴 항암제가 좀 비싼가. 


이상의 사진들은 투병일기를 쓰고 있는 나를 위해 마눌님께서 직접 찍어주신 사진들이다. 이 얼마나 감사한가 말이다. 그러니 이번 투병일기의 스페셜 땡스는 바로 마눌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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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를 끝마치고 나니 몸도 무겁고 정신도 혼미한데 마눌님은 먹고 싶은거 있으면 말하라고 하더라. 그 마음이 참으로 고마웠으나 난 그저 빨리 집에가서 눕고 싶은 생각 뿐이였다. 그리고 집에와서 저녁도 잘 먹었다. 그런데 그 뒤가 문제였다. 뱃속의  울렁거림의 정도가 점점 심해지더니 구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라. 그 뒤로 점점 구토감이 심해지더니 바로 목젓까지 구토할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그 상태에서 구토를 참느라고 정말로 미추어 버릴 것만 같았다. 1차 항암때는 속이 조금 울렁거리고 입맛이 조금 없는 정도 였는데 그때에 비하면 이건 어마어마한 수준이였다. 그렇게 밤새도록 울렁거림과 구토를 참으면서 홀로 사투를 버려야만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항암치료 동안에 살이 빠진다고 하는 이유를 몸으로 직접 느꼈다. 정말 살이 빠질 수 밖에 없겠더라. 다음날 아침에는 밥을 먹는게 정말 곤욕이였다. 울렁거림과 구토감을 참아가면서 밥을 먹어야 한다니 말이다. 근데 또 안먹을 수가 없었다. 먹어야 하는 약이 산더미 였으니 말이다. 밥을 먹어야만 그 약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점심에도 그랬는데 저녁나절쯤 되어서야 구토감이 조금 줄어 들었다. 그러니 꼬박 만 하루를 그렇게 힘들게 버틴거다. 후아 정말 장하다. 장해.


2일차인 지금도 여전히 속은 울렁거리고 입맛은 없지만 그래도 구토감은 사라져서 그나마 살것 같다. 이것도 몇일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그러니 몇일만 더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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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항암치료의 부작용 목록중에 딸꾹질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분명 간호사가 나에게 얘기 하기를. 1차때 딸꾹질 하는 분들이 가끔가다 한분씩 있었지만 그 분들도 2차때부터는 딸꾹질을 안하더라고. 분명히 그렇게 얘기했었다. 그런데 난 왜 2차때도 여전히 딸꾹질이 나오냔 말이다아~ 응?? 응??? 아무튼 이놈에 딸꾹질 때문에 정말 신경쓰여 죽겠다. 한번 터지면 쉽사리 멈추질 않으니 말이다. 이불 뒤집어 쓰고 있으면 조금 괜찮아 졌다가 뭔가 할려고 일어나면 여지없이 딸꾹질이 터져버린다. 으으~ 정말 괴롭고 싫다. 으으으. 3차때 부터는 딸꾹질을 안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는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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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이 조금 심해졌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구토감과 매스꺼움과 울렁거림 그리고 식욕부진이 매우 심해진 탓이다. 그리고 피로감도 더 심해졌고, 체력의 저하도 더 심해진 것 같다. 기초 체력이 튼튼한 나도 이렇게 힘들다 느껴지니 항암치료가 몸에 무리가 많이 가기는 한가보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이 힘들걸 견뎌내신 다는게 참으로 대단할 뿐이다. 그래도 2일차가 되니 조금은 살만해 져서 이렇게 일기도 쓰고 있으니 내일이 되면 더 좋아지겠지. 라는 긍정의 마음으로 으랏차차 기운을 내는거다. 화이팅!  오늘의 투병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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