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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의 열기가 느껴지는 듯합니다. 우리가 결혼한 2002년도의 열기가요. 벌써 햇수로 12년째 이군요. 월드컵의 열기에 더해서 우리의 사랑의 열기는 결혼식을 정점으로 활활 타오르지 않았던가요. 벌써 열한번의 결혼기념일을 보냈다는 게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세월이 빠르다 함이 결코 틀린 얘기가 아니군요. 그때의 그 감정이 떠오를까 싶으면 왠지 모르게 손발이 오그라들고, 고개를 크게 가로 젖는 이유는 우리가 부부이기 때문인가 싶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11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살을 맞대며 살아온 부부이니까요. 그러니 예전의 그 애틋한 감정보다는 마치 내 아버지와 같은 마치 내 어머니와 같은 마치 내 형제와 같은 그런 가족이라는 사랑의 감정이 더 앞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만 진심으로 고백하건데.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많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니지요. 나와 함께 살아온 지난 시간 동안에 힘들지 않았던 적이 어디 있었던가요. 그러한 생각에 또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 됩니다. 말을 바꾸어야 겠네요. 요즈음은 특별히 더 힘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펑펑 내렸던 눈이 얼어서 길이 미끄럽고, 뚝 떨어진 기온 덕분에 출근길 차량이 더 혼잡해졌고, 차가운 기온 속에서 운전석에 앉아 살짝만 잡은 핸들이 무척이나 차디 차죠. 겨울을 지나고 있는 요즈음의 일상에는 이러한 힘듦 들이 더해져 있지만 그것보다 더 큰 힘듦 들이 당신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힘듦 들을 소리없이 묵묵하게 견디어 내고 있는 당신이 너무 고맙습니다. 아내라는 이유로 엄마라는 이유로 그 많은 짐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잘 견디어 내고 있는 당신이 너무 고맙습니다. 


이렇듯 힘들고 어려운 일상 속에서도 이 정도로 잘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 나의 당신은 어디에서 얘기를 하더라도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이 있기에 이렇듯 행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마음이 더욱 아픕니다. 기쁨은 나누지 않아도 저절로 함께할 수 있다지요. 하지만 힘든일들 고통스러운 일들은 나누어야 함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우리에게 닥쳐있는 이토록 많은 힘든 일들을 나누지 못하고 당신께 남김없이 떠밀어 버렸습니다. 그 힘든 일들을 오로지 당신께만 짊어지도록 방치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프고 아픕니다. 그리고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지금 겪고 있는 이 시련이 결코 길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이겨낸 수많은 어려움들 힘든일들 역경들과 마찬가지로 이 또한 하나의 에피소드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훗날에 지금의 이 힘들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두손 꼭 잡고 회상하는 날이 올꺼라 믿습니다. 그러니 미안하지만 조금더 힘을 내주세요. 염치없이 또 이렇게 부탁합니다. 힘내주세요.


오랜만의 편지인데, 무거운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의 시기가 이러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해해 주리라 믿습니다. 이 편지를 읽으며 이날의 감성을 떠올리고 그땐 그랬었지 하며 웃음지을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그때까지 우리 마주 잡은 손을 놓지말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힘차게 살아갑시다. 당신이 있어 행복하므로 당신과 함께 만들어 놓은 우리 가족이 있어 행복하므로 난 당신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201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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