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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은 알을 품고
산은 들을 품고
하늘은 구름을 품고
가을바람은 고개 숙인 벼를 품는다.

아들아... 그렇다면 사람이 품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꿈과 사랑, 가족을 품고 더 나아가 세계를 품어야 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축생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느냐. 더구나 남자라면 더욱 그러할 터이다. 넓디 넓은 가슴으로 더 큰 것을 가슴에 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꼭 그러한 것은 아니란다. 살아보니 그렇더라. 이타적인 마음보다는 얼마간은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 할 경우가 더 많았다. 가끔은 내 가슴에 품고 있던 많은 것들을 털어버리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사는 것도 필요했다. 그것은 삶이 항상 공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그것은 세상이 항상 공정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란다. 이것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모든 것에 올바르고 이타적인 사람들보다 어느 정도는 이기적이고 어느 정도는 거짓스러운 사람이 더 크고 더 넓은 곳에서 자신만의 힘찬 날개짓을 하고 있단다. 그것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곳이다. 아들아. 그러한 연유로 나는 너에게 항상 올곧은 마음을 갖으라고 말하기를 원치 않는다. 결국은 이 아비보다는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허나, 삶은 늘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작은 부분일지라도 어느 때는 올곧은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항상 올곧은 마음을 품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아들아. 살아가는 동안 무수히 많은 잘못을 스스로 저지르거나, 남의 잘못을 묵인 하거나, 남의 잘못으로 인해 더불어 잘못된 길을 걸어야 할 때가 있단다. 항상 올바른 행동만을 할 수는 없는 것이 사람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한다. 어떠한 잘못이라도 모든 것이 너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지 너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은 완전할 수가 없단다. 이 아비도 살아오면서 무수히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올바르지 못한 결정을 내린 적이 수도 없이 많았단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책하지 말고 그 앞에서 당당하길 바란다.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면서 그러한 경험들을 통해 더 넓은 지식을 얻고 앞길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이보다 더 훌륭한 스승은 세상 어디에도 없단다. 그것이 바로 경험이라는 것이다. 

살다 보면. 살아 가노라면 뜻하지 않게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은 독고다이로 혼자서 살아 갈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하므로 억울한 일도 생기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가슴에 칼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람뿐이다. 그러니 사람이야 말로 가장 미련한 동물이 아닐까 싶구나. 그러니 사람을 축생이라 부르지 않을까 싶구나. 아들아. 그러니 우리는 축생이 되기보다 참으로 인간다워야 하지 않겠느냐. 가슴에 칼을 품기보다는 꿈과 사랑을 품거라. 어떠한 억울함 속에서도 모든 것을 인내하고 참아 낼 수 있는 넓은 가슴을 갖거라. 그 넓은 가슴으로 세상을 품거라.


 사랑하는 아들에게 
유난히 첫번째가 많은 날에 
201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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