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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속 사서함

수' 에게

james.ryu 2014. 1. 15. 11:48

너는 나를 친구라 부른다. 나 또한 너를 친구라 부른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주변 사람들도 모두가 우리를 친구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나는 너를 친구라 생각하지 않는다. 15년의 긴 시간을 만나오면서 너를 친구라 생각한적이 없다. 나는 그저 너에게 나의 의사를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야 했을까? 그래서 우리는 늘 새로운 친구다. 너는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무엇보다 큰 것은 가을 하늘에 펼쳐진 드높은 하늘보다도 더 큰, 나에게는 그렇게 분에 넘치는 우정이였다. 그래서 나는 너를 친구라 여긴다. 그런데 너는 알고 아느냐? 너에게 향한 나의 우정을 아느냐. 알고 있다면 너도 나를 친구라 여기겠느냐. 너에게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나의 기저를 모두 보여주었다. 나의 치부를 모두 들려주었다. 그렇지만, 결국엔 나는 나일 뿐이였고, 나의 모순을 너는 제대로 보아주지 않았다. 그게 아니였다. 나를 정확하게 제대로 보아주길 원했다. 모순 덩어리의 나를 말이다. 수,

 

친구라는 말 그것은 그저 말장난에 불과하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감을 먼저 느끼고, 서로에게 의사를 전달하고 픈, 그런 단순한 마음만을 가진 그저 두 명의 남정내일 뿐이다.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내 주변의 인물들 중에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는 바로 너다. 소중함과 더불어 너는 나에게 커다란 집과 같은 존재였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에도, 삶의 힘듦이 느껴질 때에도 내가 찾아갈 곳은 너의 그늘이였다. 시도때도 없이 방황을 일삼았던 내가 지금도 이렇듯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도 마음 한켠에 있는 너라는 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에게는 돌아갈 집이 있다는 든든함이였다. 거친 삶에 태풍이 휘몰아치고, 사막의 모래 폭풍이 나를 휘어감아도 나에게는 돌아가 편히 쉬어갈 집이있다는 안도감 이였다. 너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안도하게 된다. 수,

 

가끔은 이렇듯이 애매 모호하다. 파스텔 빛이 은은하게 발하는 우정과 같은 감정이였다가도, 어느 날은 밟고 강렬한 스포트라이트와 같은 향수 가득한 감정이기도 하다. 너를 친구라 불러야 하느냐. 너는 나에게 어떤 존재이길 원하느냐. 나는 결코 착한 놈이 아니다.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나에대해 속고 있을 뿐이다. 모순 덩어리의 나를 깊숙히 볼 수 있는 존재는 이세상에 없다. 그런 내가 너를 감히 친구라 부른다. 수,

 

아아 친구여, 우리는 그 치열하던 시절에 만나지 않았더냐. 치기 어리고 욕심 많던 그 시절에 우리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하나되어 덩실덩실 춤을 추지 않았더냐. 그렇게 우리는 함께 성장하며, 함께 지내왔다. 나는 앞으로도 너를 친구라 부를 것이다. 아직도 치기가 넘치고, 욕심이 많은 나이지만, 나의 인생길에 동반자가 되어 변함 없는 우정의 빛을 발하여 보지 않으련. 그러니 내 이번에는 너와 꼭 한번 싸워봐야 하겠다. 내 지난 과거를 아무 이유없이 용서하고, 아무 이유없이 감싸 안아준 너와 주먹다짐을 해야겠다. 나의 모순덩어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너에게 나의 매서운 주먹 맛을 보여 주어야 하겠다. 그래도 너는 나에게서 우정이라는 빛을 빼내가지 못할것이다. 수,


"우리도 한번쯤은 싸워보자. 수,"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너와 나의 그늘에서 잊혀진 그 많은 이름들을 기억하느냐. 밤새도록 떠올려보아도 기억해내지 못할 이름들이 수두룩 하다. 나와 함께 거닐었던 그 수많은 길들을 기억하느냐. 그 걸음을 다 합한다면 지구상에 못갈 곳이 없으리라. 나와 함께 바라보았던 드넓은 바다를 기억하느냐. 함께 올려다 보았던 그 많은 산들과 빌딩들을 기억하느냐. 우리는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렇게 함께해왔다. 못나디 못난 나의 삶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시간안에는 너의 이름들이 가득히 메워져 있다. 그러니 나에게서 너의 이름을 지운다면, 내 삶에 절반이 지워지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겠느냐. 그렇게 너와 내가 함께 하였는데. 그 흔한 싸움조차 한번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못내 서운하게 느껴지는 나의 마음을 너는 이해하겠느냐. 수,

 

어느 영상에서는 치고 받고, 터지고 찢어지는 싸움에서도 진한 우정이 느껴지더구나.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해맑게 웃고 있는 얼굴보다, 그렇게 쥐어 터져 퉁퉁 부어 있는 얼굴로 미안하다 한마디 하는 그 얼굴에서 더 진한 우정이 느껴지는 것은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는 우리 남정내들의 가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너와의 우정을 생각하다보면 이런 장면이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쉽다. 내가 너에게 잘 못한 일이 그토록 많았건만, 너는 그저 소리없이 감싸안아 주었는데. 그것이 그저 고맙다고 말할 수 없는 연유도 바로 이러한 아쉬움 때문이리라. 지금 이순간에는 너의 생각이 절실히 궁금해 지는구나.

 

아주 오래전 나에게 들려주었던 친구란 이런 것이다. 라는 그 글이 이제는 기억에서 흐릿해졌다. 한동안은 그 구절들을 되씹으며 너에게 그러한 친구가 되어주려 노력하였지. 세월의 묵직함에는 장사가 없다. 해가 바뀌면 또 한번 성장했고, 그럴때마다 존재의 이유가 또 한번 변하였다. 지금에와서는 너와 나의 존재가 또 한번 재정의 되어서 서로의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하나가, 앞으로도 변하지 않길 바라는 하나가 바로 우정이다. 그만큼 소중하게 느끼고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 오래전에 네가 정의한 친구가 지금에는 또 다른 정의가 되어 너의 옆에 있음을 느껴주길 바란다. 수,

 

사실 무엇보다 가장 하고팠던 말은, 그 오랜 시간동안 변함없이 친구로 머물러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다. 이제는 고맙다는 말을 해도 괜찮을 때인 것 같다. 다른 누구와 기울이는 술 한잔 보다 너의 앞에서 기울이는 술잔이 가장 편하게 느껴지고, 그 넘김이 가장 부드럽다. 너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은 술잔 이기에 그토록 부르러운 것이 아니겠느냐. 고맙다 고맙다 한없이 고맙다. 수,


잘자라 친구. 늦은밤을 알리는 초침소리가 째깍거린다. 새벽이다.



수' 에게...

그러나 이미 5년이 지나버린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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