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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속 사서함

그리운 친구들에게

james.ryu 2014. 1. 28. 22:18

오랜 친구에게서 오는 연락은 언제나 반갑지 않더냐. 희에게 연락을 받고서(메신저 대화였지만,,) 그 반가움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주 짧은 순간 우리들의 오랜 만남과 인연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느꼈던 것들, 이것은 결코 나홀로 흘려 넘기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우정이라는 감정이였다. 그리고 너희들과의 우정을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나의 이 대책없는 무심함을 꾸짖었다. 그동안 너무나 격조했구나. 멀리있고, 서로 일상을 살아가며 가까운 주변사람들을 돌보는 것 조차 힘들어 할 너희들 일테지만, 마음속 어딘가에는 나에 대한 우정을 간직하고 있을 너희들을 생각하니 편지를 한통 띄워보는 것이 결코 쑥쓰럽지는 아니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편지를 쓰기 시작하니, 쑥쓰러운 마음이 없지는 않구나. 그러니 이 편지 한통으로 아 이런 친구가 있었고 지금도 가슴 한켠에 그 친밀함을 간직해 주고 있구나 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그저 그러한 심정이다. 몇 번의 계절이 바뀌고 몇 번의 해가 지나가도록 너희들을 못보고 지냈다는 것을 깨닫고 미안한 감정이 한가득 일었으니 이것도 모두 우정이라는 감정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마음을 가득 담아 너희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잘내고 있노라고... 그리운 너희들도 잘 지내고 있느냐...


아침 저녁으로 매섭도록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보니, 겨울은 겨울인가 싶다. (유독 겨울을 힘들어 하던 나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 찬바람이 두툼한 옷가지를 들쳐내고 피부로 스며들어 살포시 돋아나는 자그마한 소름들로 인해 계절의 변함을 느끼고 존재감을 느끼니 이 또한 감사할 바가 아니겠나 싶구나. 이제는 무섭게 느껴지는 한파가 연일 계속되고 있으니 건강은 어떠한지 모르겠다. 눈이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져, 한반도가 모두 빙판이 되어 버렸으니 걸음걸이도 조심해야 할 때이다. 물론 조심스런 겨울철을 보내고 있겠지? 


한편으론, 때때로 보이는 한없이 맑고 푸르른 하늘과 티 없이 맑은 구름들을 바라보며 이 계절을 지내고 있음을 감사한다. 나야말로 거칠것 없이 내달려왔다. 어찌보면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 이였을테고, 어찌보면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노력 이였을테고, 어찌보면 아름다운 세상을 즐기기 위한 삶이였을테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그 누구에게나 완벽하게 동일한 부분이 바로 이러한 것들이 아니겠나 싶구나.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면서도 우린 같은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겠지. 내가 이렇게 살아가듯 너희들도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겠지. 그러니 내 삶이 어떠하였다고 굳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하지만, 그동안 너희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궁금한 것은 어찌할 수가 없구나. 하하.


잘 지내고 있다. 딱히 어떠한 설명이 필요없을 그저 풍요롭기만한 생활이구나. 와이프와는 매우 화목하게 지내고,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 조금은 늦었다 싶지만, 둘째도 뱃속에서 잘 자라고 있단다. 사랑하는 부모님은 모두 건강하시고, 형님도 가정을 꾸리고 아버지가 되었다. 여러번의 이직이 있었지만, 같은 직종에서 꾸준하게 일을 하고 있고, 지금의 직장에서도 자리를 잘 잡았으며, 벌이도 괜찮은 편이다. 여가생활도 풍족한 편이고, 가족 모임도 자주 하는 편이다. 성수를 비롯한 여러 친구들과도 자주 왕래하는 편이고, 여전히 술과 담배를 즐겨한다. 20살의 그 성격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고, 그때의 그 웃음도 여전하다. 봄에는 꽃을 반기고, 여름에는 해수욕을 반기고, 가을에는 단풍을 반기고, 겨울에는 눈을 반긴다. 그렇게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다. 이 모든것들을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한단다. ...... 좋은 것들만 골라서 적어보았다만, 어디 삶이 그렇게 평화롭기만 한다더냐... 때로는 바퀴벌레보다 더 뛰어난 적응력과 생존본능으로 눈썹이 휘날리도록 바쁘게 뛰어다니기도 했고, 때로는 온갖 다양한 이유로 폭증하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고성방가와 함께 허공을 향해 주먹질을 연신 날리기도 했다. 그렇게 하드코어한 일들도 많이 있었다. 궁금할 것 같아 적어보았다만, 별반 다를 것 없지 않느냐? 너희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느닷없이 편지를 쓰려고 마음먹었더니,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넘쳐나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고민될 정도이다. 지금도 계속 진행중인 학업이야기. 아이와의 끝없는 사랑과 전쟁 이야기들. 성수와 함께 치고 받고 부닥거리는 이야기들. 전쟁터와 다를바 없는 직장 이야기들.. 패션, 운동, 자전거, 마라톤, 그리고 스노우 보드 등등.. 하다못해 너희들과는 세종시 이야기를 나누어도 신이 날것 같은 느낌이다. 그 어느 하나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기나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 어쩌면 좋으랴... 조만간, 얼굴 마주하고 웃고 떠들며 그렇게 즐거워 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믿어본다. 그리운 마음들을 접어두고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익숙하듯이, 이 메일 한통을 보내고 또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겠지. 그동안 격조 했던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나 역시 그러하듯이. 너희들도 잘 지내왔고, 앞으로도 잘 지낼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운 친구들아....

2010년 충만한 한해가 되길 기원하며, 계획한 것들 모두 이뤄지길 바란다. 


*


정확히 4년이 지난 편지.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 많은 것들이 달라졌기에 또다시 편지를 써야하나 고민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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