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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고, 또 같은 암이라도 개인의 정도에 따라서 각기 다른 치료요법이 있는가보다. 단순히 암세포를 죽이면 되는건가 했더니. 그런게 아니라 암세포를 어떻게 죽이는가에 대한 철저한 계획과 방법이 있는가 보다. 의학계에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이렇게 좋은 약들을 내가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니. 일단은 알지도 못하는 그 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자.

 

R-CHOP 요법

 

 

 

안내 책자에 적혀있기로는 나에게 맞는 항암치료 요법이 R-CHOP 요법이란다. 리툭시맙, 사이클로 포스파마이드, 독소루비신, 빈크리스틴, 프레드니솔론 이렇게 독특한 이름들의 약물을 차례로 주입하는 요법이다. 앞에 4가지는 하루만에 다 맞을 수 있는데 대략 10시간 정도가 걸린다. 독한 약이다 보니 중간중간 쉬기도 하고, 상태를 체크하기도 하고, 포도당도 중간중간 열심히 맞아줘야 하니. 10시간 가까이 걸리게 되더라.  그리고 마지막인 프로데니솔론은 먹는 약인데 5일동안 매끼니마다 8알을 먹는다. 하악하악. 이걸 3주간격으로 한번씩 하게 된단다. 그것도 8차에 걸쳐서...

 

각 약물마다 특징이 있고, 과민반응도 제각각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저 사진에 있는 과민바응이 다 일어난다면? 뜨아악 어떻게 견딘단 말이냐. 그건 정말 인간으로써 견딜 수 없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천만 다행인 것이 저러한 과민반응들이 모든 사람에게 모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사람들에게 일부 과민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각각의 과민반응에 대한 대처약들이 있어서 큰 고통없이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하아 참으로 의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다는게 너무너무 감사하다. 실제로 10여년전에 항암치료를 받으셨다는 분의 무용담(?)을 들어보면 정말 죽기 일보직전까지 힘들었었다고 하시더라. 그러니 이건 이그젝틀리 감사한거다.

 

 

항암치료. 나에게 일어난 부작용들

 

안내서만 읽어보면 엄청 무섭다!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지속적으로 진통제, 안정제, 소화불량제 등등 엄청난 양의 약들을 주입 및 흡입했더란다. 그래서일까. 전반적인 느낌은 어! 할만한데? 라는 정도였다. 드라마에서 봤던, 영화에서 봤던, 오래전 힘들게 항암치료를 받았다던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던 그래서 엄청나게 힘들다고 뇌리에 박혀있던 그런 엄청나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는 결코 아니였다는 말이다. 정말로 할만했다. 내가 젊고 기초 체력이 좋아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동안 운동을 좀 많이 했던가. 자전거에 달리기에 숀리 아찌의 운동방법까지... 그게 다 도움이 되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부작용들이 없었던건 아니니까 자세하게 기록해보자.

 

첫째. 리툭시말의 오한과 호흡곤란
처음 증상은 호흡곤란 이였는데. 이건 그냥 참을만 했다. 가슴이 조그 답답한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우와 정말 이토록 극심한 오한은 태어나서 처음이였다. 기필코 처음이였다. 군대의 혹한기 훈련의 추위는 비할바 아니였다. 팔다리가 저절로 파다다닥 거렸고 윗니와 아랫니가 저절로 다다다닥 거렸다. 뼛속 깊은곳에서 느껴지는 한기는 단순한 한기가 아닌 극심한 통증까지 동반했다. 다행인 것은 그리 길지가 않았다는 것이라는거. 체감상으로는 한시간정도? 하지만 실제로는 10여분만에 끝났을 것 같다. 한기에 대한 통증을 호소하자 바로 약물투입을 멈추고 다른 어떤 약을 투입하더라.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 이후에 오래되지 않아서 한기는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도 그 한기는 한마디로 후덜덜. 다음번 투약시에는 동일한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한마디가 얼마다 반가웠는지 모른다.

 

둘째. 메스꺼움, 식욕감퇴

처음 2틀동안은 불쾌한 메스꺼움 증상때문에 상당히 곤욕스러웠는데 이것도 3일정도 지나고 나니 괜찮아 졌다. 완전히 좋아진건 아니지만. 머랄까 평소에 소화가 살짝 안되는 듯한 정도의 불편함 이랄까? 그러니 이정도는 별거 아니라고 허허 웃어 넘길 정도다. 식욕감퇴도 마찬가지. 이전처럼 마구마구 먹고 싶던 식욕이 싹 사라진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먹기싫어 먹기싫어 하면서 음식을 밀쳐버릴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먹어진다. 아무렇지 않게. 그러니 이것도 마찬가지로 별거 아니라며 허허 웃어 넘길 정도랄까? 하지만 확실한건 예전같지는 않다는 거다. 속이 불편하다. 그리고 식욕이 없다. 그리고 다른 부작용들과는 달리 이건 항암치료를 받는 내내 지속될 거라고 한다. 항암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대체로 살이 빠진다는 이유를 알것만 같다. 어? 그런데 난 입원하고 난 뒤로 3키로나 쪘는데 쩜쩜. 이것은 포도당의 위력인건가??

 

셋째. 두통

두통도 처음 2틀정도만 지속되더니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진통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두통이 엄청 심하지는 않았다. 그냥 은근히 지끈거리는 정도였으니까. 이정도면 부작용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정도다. 하지만 난 두통이라는 녀석과 그렇게 친하지 않았으므로 두통에 대한 무게감을 살면서 별로 느껴보지 못했으므로 이정도의 두통으로도 이맛살을 찌푸리게 되는거다. 아픔을 객관적인 수치로 치환할 수 있다면 이 두통을 수치로 객관화하여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살짝 했지만 쓸데없는 생각일뿐.

 

넷째. 딸꾹질

허허 이거참 생각도 못했던 딸꾹질이 최대의 복병이 될 줄은 기필코 몰랐다. 쉬도때도 없이 뛰쳐나와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괴롭혀대는 딸꾹질이라는 녀석 때문에 이그젝틀리 미추어 버리는줄 알았다. 그나마 가만히 누워서 따뜻하거나 뜨겁거나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면 잠시 움츠러 주었다는 정도. 그 정도로도 정말로 감사할 정도였다. 딸꾹질에도 정도가 있다는걸 알았다. 십점만점에 십점짜리 딸꾹질을 쉬도때도 없이 해댄다는 것이 이토록 힘겹다는걸 처음알았다. 딸꾹이 아니라 따아아아아아아알~~~꾸우우우우우욱~~~  이였다. 나 이거참. 대책없는 녀석. 그러나 다행인 것은 첫번재 항암치료에서 나타난 딸꾹질이 2차 3차 함암치료에서도 나타나지는 않을꺼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가끔 딸꾹질을 심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오래 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번에도 3일정도가 지나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딸꾹질이 멈춰버렸으니까. 지금은? 정말로 살만하다.

 

다셋째. 피로, 그리고 변비

피로가 마구마구 밀려온다. 시도때도 없이.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도 어느새 밀려오고, 잠시 일어서 있다가도 밀려온다. 하루 이틀동안은 하루종일 잠에 빠져있었나 보다. 1차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6일차인 지금에도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가 밀려온다. 이럴땐 대책없다. 그냥 누워서 쉬는 것 말고는... 다행인 것은 피로와 동반하는 그 어떤 다른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무력감이라던가 자책감이라던가 혹은 쓰잘데기 없는 무수한 근심걱정이라던가. 아 이것은 나의 정신력이 워낙 좋아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피로가 쉬도때도 없이 밀려오면 없던 근심걱정도 생길판이니 말이다. 그러니 무력감에 빠지게 될지도. 하지만 나에게 그럴일은 없을 것 같다. 지금도 이렇게 열심히 투병일기를 쓰고 있으니까. 그러니 나의 정신력은 적어도 그만큼은 인정해 줘도 될 만한다. 뿌듯.

변비는 말이다. 어? 변비? 사실 난 변비가 뭔지 잘 모른다. 뭐이라? 아 그러니까 변비가 어떤 증상일때 변비라 지칭하는 지를 모른다는 말이다. 그나마 아는게 있다면 배에 힘을 무지무지 주는데도 응아가 안나온다는거? 그런게 변비라고 알고 있었다. 그래 그러니까 내가 변비가 뭔지 모르는 이유는. 난 배에 힘을 무지무지 주지 않아도 응아가 불쑥불쑥 듬뿍듬뿍 잘 나오거든. 그러니 난 변비가 뭔지 모르는 사람인거다. 물론 아주 가끔은 변을 보는데 다소 힘들었던 적은 있었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을 뿐이다. 그런데. 요 몇일 동안은 아침에 화장실에 앉아서 끙끙 거렸다. 어라? 하면서 불현듯 안내책자에 있는 한 단어가 떠올랐다. 변비. 이거 정말 부작용으로 생긴 변비인걸까? 아직 잘 모르겠다. 좀 오래 끙끙거리긴 했지만 평소만큼의 변이 나왔으므로. 일단은 몇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아직 다가오지 않은 탈모.

의사샘 말로는 2주가 지나고 3주가 되고 나면 머리가 다 빠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나의 머리털은 풍성하므로. 이 부작용에 대해서는 다음주 쯤에나 얘기해 볼듯하군. 예쁜 가발을 사줄까 하면서 미리부터 이런저런 걱정을 해준 마눌님의 초롱한 눈빛이 왠지 부담스러웠다는 정도로... 일단은 마무리. 쩜쩜. 먼산.

 

 

부작용이 많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주저리 적다보니 부작용이 적었던 것만은 아니였구나. 첫번재 보단 두번째가 수월하단 얘기를 들었으니 다음번엔 수월하겠지 라고 기대한다. 그런데 이게또 3-4차가 제일 힘들다는 얘기도 있고 해서 무작정 마음을 놓을 수도 없을 것 같다. 아 그렇지 격어보지 말고 걱정부터 하는 건 금물!! 여튼. 전반적인 소감은 그럭저럭 할만하군 이였다. 뭐든지 격어보지도 않고 지례 겁먹고 걱정만 하는건 좋지 않은 버릇이란걸 다시금 깨달았달까.

 

오늘의 투병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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