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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인 큰아이의 공개수업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예전에도 공개수업에 다녀온적이 있었기 때문에 대략 어떤 분위기이고 무엇을 목적으로 참여수업을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요. 그래도 오랜만의 공개수업인지라 살짝 긴장(?) 되고 설레는 마음이였습니다. 왜 내가?? 


공개수업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여기서 잠깐! 먼저 공개수업의 목적에 대해서 한번 알아볼까요? 

학교와 교사의 입장에서 자 우리가 아이들을 이만큼 잘 가르치고 있습니다. 라고 자랑하기 위함이 목적일까요? 어디 너희들이 우리 아이를 데려다가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 한번 보자~ 라면서 학교와 교사를 평가하기 위함이 목적일까요? 네 아니죠. 그런게 아닙니다. 바로 사랑하는 내 아이가 학습하는 모습을 관찰하여 학습시의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고 학교가 아닌 집에서의 평상시 모습과 어떻게 다른지 분석해 보는 것입니다. 그로인해 집에서의 학업지도에 참고하여 더욱 올바른 학업지도를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니 학부모 공개수업은 매우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 굉장히 진지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목적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이 잘 되지 않는다는것! 그것이 문제인거죠.;;


사랑이 가득한 우리집


이번 공개수업은 도덕과목 이였고, "사랑이 가득한 우리집" 이란 주제로 수업이 이루어 졌습니다. 네 정말 낯간지러운 주제입니다. 저만 그런가요? 주제가 주제인 만큼 이번 공개수업에는 학부모가 살짝 참여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저도 무려 손들고 발표를 해버렸습니다. 에엥? ㅋㅋㅋㅋ 

내가 부모님께 바라는 점과 부모님이 나에게 바라는 점에 대한 주제인데요. 아이들이 바라는 것들은 수업 시작전에 미리 조사를 해서 가장 많이 나왔던 것들을 선생님께서 칠판에 적으셨습니다. 칠판에 적기 전에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질문 합니다. 

"나의 부탁" 중에 가장 많이 나온게 무엇일까요? 

다른 친구들도 자신의 생각을 대답했는데요. 우리 아이도 번쩍 손을 들고 대답합니다. 

"잔소리즘 하지 말아주세요" 라구요. 

여기서 흠칫한 사람은 물론 저뿐이였겠죠? 아마 아이의 엄마가 있었으면 더 흠칫했을꺼라 생각합니다. :)



나의 부탁

1. 공부 좀 줄여주세요.

2. 용돈 좀 올려주세요.

3.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세요.

4. 닌텐도 사주세요.


내가 듣고 싶은 말

1. 칭찬의 말

2. 공부 열심히 했으니 쉬어라

3. 고마워, 사랑해


선생님이 칠판에 적은 것들을 보니 한가지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부를 줄여달란 얘기도 용돈을 올려달란 얘기도 하고 싶은 걸 맘대로 하게 해달라는 얘기도 우리 아이는 한번도 한적이 없었으니까요. 어쩌면 공부를 줄여달란 얘기는 아이 엄마한테 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드는군요. 하지만, 무엇보다 닌텐도 사달라는 얘기는 단언컨데 정말로 한번도 없엇거든요. 그러니 정말 다행인거죠 ㅎㅎ 아? 이것도 아이 엄마한테는 했을려나요???


그리고 이번엔 부모님들이 발표할 차례네요. 저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난건 동생들에게 잘해 주었으면 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발표할까 라고 0.1초 머뭇 거렸더니 이미 다른 부모님이 얘기를 해버리네요. 그래서 저는 손을 들고 정리정돈을 잘 해주렴 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나름대로 발표를 한거죠 ㅎㅎ 

그리고 듣고 싶은 말은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등등 낯간지러운 것들이여서 차마 발표를 못하겠어서 계속 머뭇머뭇 거렸습니다. 어? 그런데 다른 보모님들도 다 저와 같은 심정이였을까요? 듣고 싶은 말이 정말 저게 다일까요? ㅋㅋㅋㅋ 선생님께서도 부모님들 중에서 누군가 발표해 주시길 잠시 기다리시다가 그럼 여기까지만 적겠습니다. 라면서 2번까지만 적고 끝내셨습니다. 그래서 3번에는 숫자만 있고 내용이 없어요 ㅎㅎ 그러고보니 부모님은 부탁만 많네요. 이게 바로 부모의 본심인걸까요? ㅎㅎ


부모님의 부탁

1. 할 일을 스스로 해주렴

2. 형제들과 사이좋게 지내렴

3. 집중을 해주렴

4. 정리정돈을 잘 해주렴


부모님이 듣고 싶은 말

1. 동생과 싸우지 않을께요.

2. 엄마가 해주는게 최고에요.

3. 


다소 뜬금이 없겠지만, 새삼 우리 가족이 참으로 화목하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아이들의 발표하는 얘기들을 듣다보니 문든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에요. 늦잠자게 해주세요. 학교가지 않게 해주세요. 일주일만 푸욱 쉬게 해주세요. 라는 아이들의 이기적인 요구사항들이 낯설게 느껴졌던게 이유인가봐요. 이런 것들이 낯설지가 않았다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그래서 사랑이 가득한 우리집 이라는 3단원 주제가 콕집어서 우리집을 얘기하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행복한 가족이 더욱 소중하답니다. 아 이런 얘기가 산으로 .ㅋㅋㅋ


엄마 아빠 사랑해요.


생각해 보면 어린시절의 나는 애정표현이 참 많았던거 같습니다. 아닐까요? 왠지 내 기억속의 나는 애정표현이 철철 넘치던 애교 많은 아이인데 말이죠.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건 그냥 기분탓은 아닐껍니다. ㅎㅎ 

아이들에게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포스트잇에 적어보라고 시켰습니다. 보통의 아이들은 사랑한다는 말과 감사하다는 말들을 애교넘치도록 잘 적었는데요. 더러는 그런 말들을 잘 못적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말로 얘기하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어려워 하는 걸까요? 그런데 우리 큰아이도 그걸 어려워 하더군요. 한참을 망설이다 무언가 적더니 화이트를 꺼내서 열심히 지웁니다. 그리고 또 적고 고민하고 적고 또 지우고를 반복하다가 결국엔 사랑합니다. 라는 한마디만 남겨 두었습니다. 화이트 뒤에 숨어 있는 저 글씨들은 무엇일까요? 궁금하고 또 궁금했지만 그냥 궁금한채로 남겨두고 아이에게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표현은 서툴지만 마음만은 사랑으로 가득하다고 믿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저런 말들을 예쁘게 적어놓은 다른아이들과 비교되는건 어쩔 수 없나봐요. ㅠㅠ 저 화이트자국 정말 눈에 거슬립니다. 흐엉.




효도 음료???


말 그대로 효도음료 군요. 이건 그러니까 일종의 [학무보 공개수업의 이벤트] 인건가요? 수업이 끝날즈음에 아이들에게 나눠준 음료수와 스티커가 이렇게 효도음료로 변신했습니다. 어? 아까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을 적으라고 했던건 이 효도음료를 만들기 위한 연습이였던 건가요? 아까는 그렇게 망설이고 몇번을 지우더니 이번엔 막힘없이 술술 잘도 적었네요. 역시 연습이 중요한거에요. 뭐든지 말이죠 ㅎㅎ 


      


덧1> 그러나 저러나 이거 아까워서 어떻게 먹나요? 

덧2> 피로 회복에 자신감까지 충전 시켜준다니. 오 놀라워라 세상에 이런 음료가 있을줄이야!!!!

덧3> HYO-DO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빵 터진건 저뿐인거죠?


평가는 철저히!!



그러니까 부모가 참여중이란걸 아이들이 알고 있다는 거죠. 평소에도 이런 평가를 받을까요? 그것이 더 궁금합니다. 

교실 뒷켠에 엄마 또는 아빠 그리고 친구들의 엄마 아빠가 주르르륵 서 있는데 어떤 아이인들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요? 아. 물론 장난치고 장난치고 또 장난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속으로 저 아이의 부모는 오늘 안왔나 보다 했지요. 정말로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생수의 절반 정도의 학부모만 있었으니까요. 절반은 안왔다는 얘기겠죠. 어쨌거나 선생님 지시에 잘 따르고 발표도 열심히 하고 바르게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항상 그렇게 열심히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중간에 가끔 다른곳을 바라봤다는거 말고는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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