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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끝나는 5월의 마지막날과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의 첫날에 떠난 우리 가족의 동해바다 여행지...  그곳은 바로 속초다.


봄과 여름의 경계에서 만나는 속초의 바다 이야기



피서철이 아닌 바다는 북적이는 인파도, 부서지는 햇살도 없었다. 그렇지만 경쾌한 파도소리는 언제나 처럼 우리를 반겼고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열어주었다.




봄이 끝나는 5월의 마지막 날이였지만, 속초의 날씨는 30도를 웃돌았다. 그렇지만, 온몸을 던지기에는 아직 한참은 모자르다 느껴질 정도로 바닷물은 차가웠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놀음끼에는 이정도의 차가움은 방해가 되지 않는가 보다.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홀랑 적신 아이의 모습에 다가오던 더위가 훨훨 날아가 버렸다. 


봄바다는 에메랄드를 품는다고 했던가. 쓸쓸한 낭만이 있는 겨울바다보다 에메랄드를 품은 봄바다가 더 좋다. 그리고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내 아이들이 온몸을 담그며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시원한 여름바다다




동네 놀이터에도 흔하게 깔려있는 모래임에도 바다에 있는 모래는 더욱 특별한 놀잇감이 된다. 퍼서 나르고, 부으고 덮고, 온몸으로 모래들을 느끼는 아이들의 모래 놀이에 함께 덩달아 신났다. 






투명한 푸른 물이 끝도없이 펼쳐진 바닷가에서 작은 통으로 물을 긷는 둘째아이. 저 바닷물을 모래에 부으며 즐거운 모래놀이에 한창이다. 저 작은 통으로 바닷물을 담고 담아서 모든 바닷물을 다 퍼낼 기세다. 그런데, 아이들의 눈에 비친 바다도 내가 바라보는 것과 같이 동일한 에메랄드 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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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왔는데 회를 아니먹을 수 없겠지. 게다가 여긴 서해도 아닌 동해다. 더욱이 대게는 지난 밤에 먹은터였다. 그리고 수많은 블로그와 카페에 간판사진을 올려놓은 청초수의 물회맛을 아니보자니 왠지 찝찝했다. 그리하여 점심은 청초수 물회로 낙찰되었다. 바닷가에서 신나게 노느라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버린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에 도착한 청초수였으나, 대기표를 받고 1시간여를 기다려야했다. 바다내음을 가득품은 해산물들이 가득한 시원한 국물맛을 떠올리며 기다려야 하는 1시간은 상당한 인내가 필요했다.













속초 주변의 항구들 뿐만 아니라 그냥 바다 근처에만 가도 수많은 횟집이 있으니, 속초에서 물회를 맛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청초수라는 식당에 사람이 이렇게 몰려드는 까닭을 잘 모르겠다. 네이버에 검색해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물회가 청초수여서 그런걸까.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맛"을 기억하고 찾아온 사람들은 기필코 아닐꺼라 확신한다. 청초수의 물회는 비쥬얼에 비해 맛은 특출나지 않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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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여름의 경계에서 만나는 속초의 바다는 한겨울의 쓸쓸한 바다보다, 한여름 피서철의 북적한 바다보다... 더 푸르고, 더 여유로웠으며, 더 깊고 향긋했다. 그러나 그 모든 수식어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였기에 어울리는 것이 아니였을까. 속초의 바다에서 떠나보낸 봄도 속초의 바다에서 맞이한 여름도 그 어느때보다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싶다. 


2014.05.31. 속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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