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예쁜 카드 한 장이 책상 위에 놓여 있더라. 이 녀석 기특하단 말이야. 편지도 다 쓰고 말이야. 물론 아버지에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편지인데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기특한가? 그렇게 기쁜 마음에 편지를 읽어보고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순간 고민했다. 아니 이게 무슨 편지야? 자기가 갖고 싶은 거 사달라고 써놓고서는 그걸로 끝이야? 으응?? 아들아 정말 그러기야???

 

아들아 그럴 때는 말이지.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등 그런 아부를 좀 첨가해야 한단 말이야. 그렇게 일단 감동을 심어주고서 그 다음에 갖고 싶은걸 사달라고 하는 거란다. 기왕이면 편지를 두 번에 나누면 더 좋지 않겠니? 첫 번째 편지는 아부가 가득 담기 편지. 그리고 두 번째 편지가 바로 이런 편지였어야지. 그러니 너의 그 바램은 그걸로 끝이고, 결국은 이루지 못했잖니?

 

자전거 속도계? 그건 말이지.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그때는 정말 멋있고 근사한 자전거를 사줄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렴. 근사한 자전거에는 속도계를 꼭 달아줄께. 그리고 이건 절대로 너의 그 아부가 부족해서는 아니란다. 정말로 지금은 속도계가 필요 없단 말이야. 알겠지?

 

근데 이거 왜 아부가 전혀 없어서 안 사준 것 같지?

댓글